흔들리는 아버지의 위상, 부권父權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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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버지의 위상, 부권父權 상실의 시대
기획 [기획특집]최근 대중 문화의 키워드로 떠오른 아버지 안쓰러운 존재 아닌 존경과 신뢰의 대상 되어야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5.03.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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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제시장’, KBS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이른바 ‘아버지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 이후 아버지 그리고 부성애가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데 이같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아버지들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과거와 달라진 씁쓸한 아버지들의 자화상
 
얼마 전 TV를 보다가 가족들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청년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이유인 즉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피해 혼자 공원에 서있거나 이유없이 집을 나가서 지하철을 타는 등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앞서 소개한 사례는 예외적인 일이긴 하지만 최근 우리 아버지들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과거 아버지하면 ‘엄숙하다’, ‘권위적이다’, ‘든든하다’라는 말을 먼저 떠올렸다면 요즘은 ‘자상하다’, ‘돈을 번다’, ‘버림받다’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그만큼 아버지가 편안하고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가엽고 안쓰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이런 현상을 “가정 내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많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성은 은퇴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극심한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노후, 경제 문제, 각종 질병 등으로 고통 받아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 중 요즘 가장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 아버지 가 아닐까.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약 700만 명의 베이비부머 중 절반 정도를 남성으로 계산해 보면 약 35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아버지들이 있다. 그들은 경제발전, 민주화 등 급변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내 아이에게만은 절대 가난을 되물림 하지 않겠다는 신념 하나로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좀 쉴 때도 되지 않나 싶었는데 여전히 그들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  자녀 학비와 결혼자금,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금 등 경제적인 문제도 큰 부담이고, 노화로 생긴 각종 질병도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또 자녀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화가나서 쓴 소리를 하게 되고 그럴수록 자녀와의 거리는 멀어져만 간다. 
이처럼 온갖 삶의 무게가 이 시대 아버지들을 짓누르다 보니 우리나라 40~50대 남성의 자살율은 인구 10만 명 당 50명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과 소통의 장(場) 자주 만들고 마음 공유해야
 
이처럼 좁아져 가는 아버지의 어깨는 결국 가정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이 흔들리면서 자연히 부부간의 다툼이 많아지고 가족 간의 대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가정에서 흐르던 따뜻한 정은 조금씩 메말라가고 형식뿐인 가정으로 변해 가정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족회의 등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만들고 어려움이나 문제를 혼자 짊어지려하지 말고 가족들과 공유하며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을 부끄러워 말아야 한다. 또 지나치게 경제적인 문제에 사로잡혀 스스로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버지. 이만큼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그들은 언제나 존재 그 자체만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자 삶에 지친 우리를 쉴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런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는 그날을 꿈꿔본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어느 아들의 편지
 
아버지,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당신이 오늘따라 왜 이리 그리운지요. 
동부콩밥과 소고기무국 그리고 동치미 한 그릇을 맛있게 잡수시던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유난히 주름이 많으셨던 그 손을 잡고 “아버지 고생 많으셨죠, 이제는 제가 편히 모실께요”라는 괜한 허세를 한 번 더 부려볼 수 있다면... 병석에서도 다 큰 자식을 팔 베게에 뉘어 보고 싶어 하시던 당신의 사랑이 떠올라 당신이 마음에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한 40대 남성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쓴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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