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이 없어요” 산모들 분만실 찾아 도시로 떠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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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이 없어요” 산모들 분만실 찾아 도시로 떠난다는데...
기획 [기획특집] 분만산부인과 매년 큰폭 감소로 작년 한해만 2만 명 ‘원정출산’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11.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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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기를 낳으려 해도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부족한 현실도 큰 문제다. ‘저출산 극복’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원정출산’하면 자녀에게 해외국적을 주기 위해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방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은 집 근처에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 수도권에 있는 병원으로 ‘원정출산’을 떠나고 있다. 속초에 사는 한 임산부는 셋째도 ‘원정출산’을 해야 한다. 속초에는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3곳 정도 있지만 모두 의원급 의료기관이라 연령이 높은 고위험 산모는 지방 대학병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절반이상 분만실 없어 산모들 고통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출생률이 격감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산부인과 의료업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무너진 것이 출산아 수와 직결된 ‘분만 인프라’다. 
실제로 분만실이나 분만전문의사, 분만 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없어 국내 임산부의 10.8%가 다른 지역의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통계청의 출생신고건수와 실제 분만수를 비교해 보면 일 년 동안 전국에서 2만여 명의 임산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 셈이다. 
또한 분만기관 수(보건복지부 자료)는 2008년 954개에서 2013년에는 699개로 26.8%가 줄었다. 병원급 산부인과는 큰 변동이 없지만 무엇보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의 절반 이상이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분만실, 신생아실, 수유실 등 각종 시설이 딸린 입원실과 각종 부대시설을 단 몇 개라도 갖추려면 산부인과는 다른 진료과목 병원보다 몇 배의 운영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200명 넘게 배출되던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2008~2011년 동안 177명에서 96명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의원수가 줄고, 병원들의 경영난이 이어지는 데다 3D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예비 의사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고위험 산모’ 증가한 반면 의료인력은 감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초산연령도 같이 증가해 분만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의료사고 위험은 늘어난 반면 그에 따른 보상이나 분만 의료수가도 턱없이 낮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하면 1/5 수준이다. 
몇 해 전부터 정부에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으로 연간 5억 원 이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돈으로는 분만시설을 유지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분만시설을 24시간 내내 운영하기 위해서는 7~8명 이상의 의료 인력이 필요하고 각종 장비와 신생아실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정부지원만으로는 의사·간호사 인력을 유지하기에도 벅찰 정도라고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되어야
 
정부지원정책 중 난임 부부 수술지원이 있다.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시술 등 특정 치료가 필요한 일정소득계층 이하의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 중 일부를 지원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수술에 성공한 산모는 또다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야 한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저출산이라는 인구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산부인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을 뿐 저출산은 사회 곳곳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또한 출산지원금같이 1인당 금액을 무조건 올릴 것이 아니라 개인의 소득수준에 맞춰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 출산정책에 대한 재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배지원 기자 jiwonba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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