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꿈이 있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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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꿈이 있어 행복했어요”
특집 [기획특집] 구로공단 50년 맞아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케 하는 ‘구로공단 노동자체험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9.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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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구로공단이 수출산업단지로 지정된 지 어언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구로공단 여공들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구로공단 노동자체험관’(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9-7)을 찾아가 보았다.

산업화를 이끈 숨은 주역들의 발자취
 
아침이면 높은 빌딩숲 사이로 출근하는 수많은 정장차림의 직장인들 모습에 강남같이 변모한 구로디지털단지역. 예전에 구로구는 굴뚝에서 연기가 끊이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단지역이었다. 1964년에 설립된 구로공단은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를 이끌어낸 여공들의 삶의 애환, 가슴속 깊이 품었던 그들의 꿈과 희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작년 5월에 생겼다. 바로 ‘구로공단 노동자체험관’이다.
과거 구로공단이 생기면서 가정형편상 초등학교, 중학교만 졸업한 15, 16세 소녀들이 공단으로 밀려왔다. 이들은 하나의 주택에 수십여 개의 방이 있는 소위 가리봉동 ‘벌집’이라는 쪽방에 모여 살았다. 2평 남짓한 작은방에 4~5명씩 낮밤 근무조가 한 팀이 돼 ‘2부제 셋방’을 나눠 썼으며 공동 화장실, 세면대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곳에서도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며 살았다. 시골에서 부모님이 찾아오면 동료들은 옆방으로 자리를 피해줘 같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에 섰던 여공들은 낮은 임금과 매일 12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저축하고 공부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  
마을 주민은 “여공들이 오후 5시에 빵이 나오면 2시간 작업연장, 7시에 저녁을 먹고 12시까지 추가 수당 없이 연장근무를 했지만 당연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고 전했다.
 
당시 여공들의 생활상 그대로 재현
 
노동자 체험관에는 ▶쪽방체험으로 봉제방, 공부방 등 테마별로 다양한 쪽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방 입구의 부엌에는 연탄 아궁이와 양은냄비, 방안에는 지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비키니옷장’과 접이식 밥상 등 추억의 아이템을 전시해 놓았다. 당시 유행했던 옷, 잡지, 가방 등도 볼 수 있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물걸레질과 연탄갈기 등 쪽방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직업체험으로 G밸리(구로공단)내 기업체, 공장 견학이 있으며 ▶역사체험으로 당시 시대상 영상시청 ▶먹거리체험은 당시 도시락, 주전부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이날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 김승조(32, 남) 씨는 “여공들의 어려웠던 생활상을 보면서 고생하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체험관 관리자 박미경 씨는 “당시 여공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을 했지만 모두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는 보람과 본인의 꿈을 위해서 공부도 했기에 행복하고 즐겁게 일했다”라고 말했다.
현직 교사인 황인숙(51, 여) 씨는 “여공들의 땀과 희생으로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 과거 여공들을 어렵고 기구했던 삶이 아닌 정을 나누고 희망을 꿈꿨던 밝은 이미지로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또 쪽방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행복했던 것처럼 학교에도 웃음꽃 피는 학급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체험을 마치고 남긴 관람자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인 내용이 많았다 ‘공부해야 하는 언니들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시대를 보니 신기했다’ ‘우리나라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우리 어머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등의 글이 있었다.

굴뚝산업에서 IT·패션의 중심지로 재탄생
 
구로공단은 주로 가발, 봉제, 전자조립 등 값싼 노동력을 쓰는 경공업에서 이제 IT?패션 중심지로 빠르게 변신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실감나듯 고층빌딩과 유통단지로 인해 제2의 강남으로 불리운다.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걸쳐있는 디지털산업단지는 2013년말 기준 107개 지식산업센터에 11,911개 사, 16만 2천여 명이 일하는 중소벤처기업 집적지로 탈바꿈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구로공단의 역사를 배우고 당시 생활상을 체험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비롯한 산업역군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오늘의 디지털 구로, 나아가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박정현 기자 cool@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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