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피서지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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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피서지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현장르포 강원도 피서지에만 유기동물 3배 급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8.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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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친구라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최근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를 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원도 동해안 피서지 인근에 유기되는 애완동물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그 실태를 알아보았다.

호기심으로 키우다 병들면 버려?
 
동물들이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늙고 병들어서, 어릴 때는 귀여웠는데 성장하면서 못생겨져서, 주인의 개인적 사정인 학업, 군대입대, 결혼 등 반려동물의 특성을 모른 채 호기심으로 키웠다가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어서이다.
취재 당일인 8월 5일 오후, 분리불안 장애가 있는 한 살 정도 된 말티즈(Maltese) 수컷이 사료봉투와 함께 도로 옆 벤치에 묶인 채 버려져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왔다. 정병윤(유기동물보호소 팀장) 씨는 “사료봉투를 같이 놓고 가는 경우는 100% 버린 것으로 봐야한다. 최근 들어 이곳에 유기견이 부쩍 늘고 있는데 여름철 관광지에 애완견을 버리고 가는 이유는 날씨가 춥지 않고, 관광객 등에게 발견이 쉬우며, 무엇보다 자기 지역에 버리면 찾아오거나 다시 만나게 될까봐”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름철이 되면 유기동물이 2~3배까지 증가한다. 이곳 강릉뿐만 아니라 춘천, 속초, 원주, 삼청 등 피서지 전 지역에 버려지는 동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 버리는 방법도 갈수록 지능적으로 변해 CCTV, 블랙박스가 없는 곳에 버릴 뿐 아니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유기동물은 대부분 열흘 후 안락사
 
강릉시 유기동물보호소에는 애완견, 믹스견(잡종견), 대형견, 사냥견 등 57마리의 유기견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27마리가 최근 한 달 사이에 들어왔다고 한다. 유기견이 이 시설에 들어와 처리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고접수가 되면 포획을 해 지정동물병원에서 진료 및 치료를 한 후 유기동물보호소로 오게 된다. 시청 유기동물 관리시스템에 공고한 후 10일이 지나면 시청 소유가 되어 입양대기 상태로 자연사 전까지 보호받게 된다. 
그나마 이곳은 형편이 좋은 곳이다. 보통 유기동물 보호를 동물병원에서 위탁하는데 병원 보호시설에 한계가 있어 들어온 유기동물은 법정 보호 기간인 열흘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의식 바꿔야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는 동물을 유기한 경우 최대 1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동물 유기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1~2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이유가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는 2011년 7월 1일부터 동물(개, 고양이) 진료비에 부가세를 징수하면서 진료비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이 동물을 버리게 된다며 선진국 같은 동물보호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한편 유기를 막기 위해 2013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내장형 칩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인식표나 태그를 떼어낸 뒤 버리면 주인을 찾아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강릉지역에서 발견된 유기견 가운데 전자 칩이나 인식표가 부착된 경우는 1%도 채 안된다고 한다.
동물보호 선진국 독일의 경우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이 0%다. 독일은 동물 보호소인 ‘티어하임’을 전국 500개 소 이상 운영하며 입양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동물보호교육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독일 동물보호법 1조 1항에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데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애완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유대감, 행복감, 자존감 등 혜택만 누리고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데 대해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1,000만 인구를 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부끄럽기만 하다.

배지원 기자 jiwonbae@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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