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역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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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따라 역사를 거닐다
[탐방] ‘한양도성길’ 낙산駱山에 가보니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4.08.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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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는 60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성곽이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도시 중 오늘까지 성곽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시대의 변화를 이겨내고 묵묵히 이 땅을 지켜 온 ‘한양 도성’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오늘의 우리와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1392년 태조 이성계(1335~1408)가 조선을 세우고 도읍을 개성에서 한양(현재 서울)으로 옮겼다. 그 후 2년 뒤 한양을 보호하기 위해  한양 도성(서울성곽)을 축성하기 시작했다.  한양 도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일부 부서졌으나 이후 복원하였지만 이어지는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시련을 맞이하며 또 한 번 많은 부분이 소실되기에 이른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의 국방 유적 보존 및 정비 지시에 따라 복원을 시작한 한양 도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다.
 
도보 여행지로 인기 급증, 시민들 발길 이어져 
 
치열했던 대한민국의 역사 그리고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양 도성은 오늘날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보 여행지로 탈바꿈했다. 한양 도성을 따라 조성된 성곽길(총 26.8km)은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내사산(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성곽길은 백악산 구간(창의문~혜화문), 낙산 구간(혜화문~광희문), 목멱산 구간(광희문~숭례문), 인왕산 구간(숭례문~창의문) 등 총 네 개의 구간으로 나뉘며, 구간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비경(秘景)을 지니고 있다. 그 중 낙산 구간(총 3.2km)은 경사가 완만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낙산(駱山)이란 산의 모습이 마치 낙타의 등처럼 볼록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조선시대부터 문인들이 별장을 짓고 살 만큼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600년 넘게 한자리에 … 우리 민족 불굴의 정신과 같아
 
지난 일요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낙산 구간을 걷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한 칠십 노인은 시대의 흐름 앞에 모습을 바꾼 현재의 서울이 낯설게만 느껴졌는지 “저쪽이 창신동이 맞나? 서울 참 많이 변했다. 이 성곽 말고는 다 변했네”라는 말을 반복했다. 낙산 구간을 걷다보면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이 되면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한여름 밤의 낭만을 느끼러 낙산 구간을 걷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낙산 구간을 걷다 보니 유독 20~30대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낙산 근처에 있는 이화마을에서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이화마을의 이색적인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낙산에 올라 성곽길을 걷다가 주변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이다.  
6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켜 온 한양 도성은 무수한 외침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 낸 우리 민족의 의지와 정신을 닮았다.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서울의 풍광에 감탄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번쯤 한양 도성의 유구한 역사와 피와 땀으로 이 땅을 지켜낸 이들의 정신을 생각해 본다면 한양도성길 걷기는 한층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강민수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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