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을 잃어가는 신림동 고시촌, 과거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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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을 잃어가는 신림동 고시촌, 과거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11.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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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법시험·행정고시 등을 준비하는 고시생만 5만 명 이상이 거주하면서 최대 호황을 누렸던 신림동 고시촌이 최근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이는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2017년까지 사법시험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림동 고시촌을 찾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수험생 감소로 고시촌 지역경제 큰 타격
 
한때 최대 5만 명에 달하던 신림동 거주 고시생 수가 사법시험의 단계적 폐지 발표 이후 최근 2만 명까지 줄어들면서 신림동 주변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시원 건물의 공실률이 평균 30~40%에 달하며, 독서실 역시 거의 절반 가까이 비어있다. 고시전문 독서실을 운영하는 K원장은 “예전에는 순번을 놓고 기다려야 했던 독서실 좌석이 이제는 절반도 채워져 있지 않다. 이마저도 사법시험 준비생은 많지 않고, 행정고시외에 감정평가사, 경찰, 공무원 등 단기 수험생들이다”며 어려움을 토로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2년에는 최초의 고시전문서점으로 유명했던 상원서점이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서점으로 전환하였으며, 신림동 최대 고시서점이었던 광장서점마저 올 초 경영악화로 폐업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서점에 책을 공급했던 중소 출판사들 역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고시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고시식당, 복사가게, 문구점, 병원, 약국 등 주변 자영업자의 폐업 역시 늘어나는 도미노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출에 사채까지 써가며 죽을 힘을 다해 견뎌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식권은 어떻게든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여러분의 용서를 빕니다” 재작년 3월 말, 고시식당 주인이 건물 주인도 모르게 고시생들이 미리 낸 식대를 챙겨 야반도주하면서 남긴 사과문이다.

수강생수 감소로 고시촌 학원 및 강사들도 어려움
 
고시학원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3개 대형 고시학원이 비슷하게 시장을 나눠가졌다면, 현재는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학원들은 점점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학원 강사들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사법시험 단계적 폐지로 인해 법 관련 강사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무원 시험 등 다른 수험시장으로 이동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법시험 전문학원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L강사는 “현재 사법시험 준비생 감소로 인해 법관련 강사진 전체가 위기감을 갖고 있다. 변호사시험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노량진 공무원가나 다른 수험시장으로 진출하여 사시강의 외에 여러 강의를 동시에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림동, 변화의 조짐은 보이나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최근 신림동에서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 옛 동방상가 자리에 대형 학원 건물 및 오피스텔이 들어섰고, 기존 고시학원들 위주로 7·9급 공무원 시험 강좌가 일부 개설되고 있으며, 경찰전문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신림동은 아직 과거에 만들어 놓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수험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넓고 쾌적한 독서실, 고시원, 고시식당 등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언제든 사법시험을 대체할 새로운 강좌만 개설되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내년부터 경전철 사업개시 예정이라서 불편했던 교통문제도 해결될 길이 열렸다. 기자가 본 신림동은 더이상 쇠퇴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 신림동에 더욱 발전된 고시촌 문화가 꽃피울 그날을 기대해본다.
 
강민수 기자 · 박정현 기자 wonderwork91@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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