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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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노동자의 눈물
[기자수첩]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3.10.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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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었던 올 추석연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가 편안한 휴식을 누리는 동안 고향에 가고픈 마음을 뒤로한 채 일터에 남아야만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감정노동(emtional labor)’이라는 용어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자신의 저서「감정노동」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원?매장 판매원?승무원?전화상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인들이 해당되는데,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자신의 감정을 감춘 채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고객을 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직종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모 이동통신사의 전화 상담사인 K씨(여, 28세)의 경우 하루 평균 100건 정도의 상담을 한다. 업무시간 중 점심시간과 약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에 고객을 응대한다. K씨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음성으로만 상담을 나누는 업무 특성상, 때때로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막말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처음 전화상담 업무를 시작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상담사들로 인해 결국 불편해지는 것은 고객들이다. 불편사항이 있어서 어렵게 전화를 했지만, 상담사의 지친 음성과 형식적이고 상투적인 응대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감정노동자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비단 고객을 응대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만이 아니다. 현재 모 회사의 전화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P씨(남, 35세)는 “추석연휴에 고향으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공휴일 근무를 자원했습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보다 더욱 힘이 드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넉넉지 못한 벌이에 자존심이 상할 때도 많고,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힘에 부칩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박한 급여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고객 응대 중 겪는 스트레스 등으로 감정노동자의 짐은 너무나 무거워 보인다. 하루아침에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들의 고충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서로 존중하려는 노력만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우현순 기자 whs0901@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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