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동역하는 목회자 한 분은 큰 딸이 여고생이 되도록 가족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 갈 정도로 고지식하고 가족에게 인색했다.
그런데 어느날 두 딸의 성화에 못이겨 처음으로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 아이들뿐 아니라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몇 차례 말을 걸었지만, 아내는 무표정이었다. “여보, 오늘 비가 오려나봐.” 아내가 여전히 말이 없자 슬그머니 화가 치밀었다. ‘이런 기분에 가족 소풍은 뭐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으면 당장 되돌아 가야지’라고 생각하면서 큰소리로 “여보, 날이 잔뜩 찌푸렸지?”하고 물었다. 아내는 여전히 말 없이 남편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더니 남편이 쓰고 있던 검은색 선글라스를 벗겨 주었다. 더없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보였다. 너무 부끄럽고 어색했다.
마치 무지개를 색지가 아닌, 흰 도화지에 그려야 무지개가 선명하게 나타나듯이. 바로 백지와 같이 비워진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나님의 능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김수연 목사/ 인도 오리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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