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속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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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속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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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2.02.0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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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KBS 9시 뉴스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신상품의 가격을 또 인상할 예정이며 한국에서의 소비자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보도했다. 사실 모든 명품 브랜드는 물가 상승률에 상관없이 제품 가격을 매년 인상해왔고 스타벅스를 비롯한 많은 해외 브랜드는 한국에서 그 가격이 가장 비싸니, 새로운 뉴스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샤넬 핸드백의 가격이 올라도 사지 못해 안달이 난 여성들이 매장의 물건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사들이고 그런 허영의 틈새를 파고들어 ‘샤테크’니 하면서 핸드백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모양새는 아름답지 못하다.
더구나 가격이 인상돼도 샤넬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1,3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54.8%나 늘어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샤넬 백(Bag)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여성의 로망이 된 샤넬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활동성과 실용성에 있다. 당시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귀족 상류사회 여성들의 불편한 의상에 반감을 가진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 1883~1971)은 움직임이 자유롭고 심플하면서 세련미가 돋보이는 의상을 선보였다. 발목을 덮은 긴 치마를 무릎 선으로 잘랐고 그와 함께 긴 머리칼도 잘랐다. 늘 손에 들던 핸드백에 끈을 달아 어깨에 멜 수 있게 하고 재킷에는 주머니를 달아 손에 자유를 주었다. 샤넬은 돈만 많이 벌어들이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당시 재능은 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많은 예술가를 후원했다. 러시아 출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매혹적 고전 음악은 샤넬이 있어 탄생이 가능했다.

 

 

“럭셔리란 빈곤함의 반대말이 아니라, 천박함의 반대말이다.” 그녀가 남긴 이 말은 명품이 사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갖지 못한 사람들을 따돌리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약자를 존중하는 휴머니즘이 배어 있다. 앙드레 말로(1901~1976, 프랑스, 철학자)는 “샤넬, 그녀는 드골, 피카소와 더불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명품 안에 깃들여진 철학과 장인정신을 무시한 채 ‘명품=비싼 물건’으로 인식하여 명품으로 허물어지는 자존심을 세워 보려하거나, 돈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거나, 없어도 있어 보이는 척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 명품을 걸치고자 애쓰는 만큼 명품의 삶(Valuable Life)이 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명품만 걸친다고 화려하고 가치 있는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정아 기자 ginger@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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