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이제 성적·평가보다 상호간 신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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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이제 성적·평가보다 상호간 신뢰가 절실하다
기획 [인터뷰] 기획시리즈 ①/ 학교폭력 문제 대책은 없는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2.01.2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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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인데, 고쳐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도 청소년 문제는 늘 있었다. 다만 오늘날에는 더 흉포화, 연소화, 일반화되어 무감각해진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장 쉽게 생각해 볼 때 원인을 안다면 해결책도 있겠지만, 원인을 안다고 해도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발본색원(拔本塞源) 하겠다는 사고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폭력을 옹호하고 용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근절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학생과 교사 간의 가치관의 괴리인데, 교사가 성장하면서 경험한 것들과 지금의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떨 때는 개인적인 영역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학생들이 얄미울 때도 있다. 학부모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도 교사를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학생 인권과 관련된 것들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교육현장이 부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혼란스럽다. 오로지 사건의 결과만 가지고 교사를 압박하는 정부나 교육 당국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학교 폭력 방지를 위해 학교나 가정,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의 학교 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요인에 기인한다. 이 문제를 단편적이고 단선적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정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늘날의 가정은 경제 주체로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현재의 부모들은 과거의 부모처럼 자녀를 위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출석정지나 전학을 권고하는 등 소극적인 학교도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타교로 전학을 보내 해결하는 것은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로 떠넘기려는 가장 잘못된 근시안적 태도이다. ‘흡연하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타교로 전학을 보낼 것이 아니라, 흡연의 폐해를 교육하고 금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와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교육문제를 정치적, 법률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교육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의 교육환경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 변화이다. 1984년 내가 처음 교직에 몸담을 때만 해도(군사정권이라 정부와는 대립적이었지만) 정(情)이 있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상담이 이루어졌고, 교사들도 힘들지만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학생들도 교사의 도움보다는 컴퓨터나 사교육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교사도 컴퓨터로 채점을 하고 수치화된 결과만 받아 볼 뿐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변화는 교육현장에 경쟁의 원리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교사 간의 관계를 살펴봐도 교무실은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다. 모든 것이 성적과 성과로 평가되는 경제논리가 자리잡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교사로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과 교사, 자녀와 부모 사이에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부모가 아닌, 진심으로 자녀를 위하는 ‘부모’가 되길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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