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귀한 음식 ‘흘렙(빵)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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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귀한 음식 ‘흘렙(빵)과 소금’
러시아 모스크바 이영민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1.11.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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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북한의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으로부터 ‘빵과 소금’을 대접받는 장면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흘렙’으로 불리는 이 빵은 보리로 만든 크고 둥글며 검은 빵으로, 보드카와 함께 러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에 속한다. 예전에는 보리ㆍ콩ㆍ옥수수ㆍ귀리 등으로 만들었으나, 요즘은 호밀을 주원료로 만들어 샤워크림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행운과 부(富)의 상징, ‘흘렙’

러시아인들은 흘렙을 종교적 의미가 포함된 고귀하고 거룩한 음식으로 생각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방에는 ‘이곤’이라는 정교회 성인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작은 액자가 걸려있는데, 이곤 앞에 있는 흘렙이 하나님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곤 앞에 흘렙을 자주 가져다 놓는다. 그래서 흘렙은 행운과 부(富)를 가져다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 흘렙은 러시아 사람들의 삶에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결혼식 때 신랑 신부는 흘렙 위에 손을 얹고 서약을 하며, 젊은이들에게는 이곤과 흘렙으로 축복을 해 준다.
또한 빵을 들고 다니면 길에서도 보호를 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화재가 난 건물이 있으면 다시는 불이 나지 않도록 빵을 들고 그 건물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특별한 날에는 절대 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으며, 자신이 먹던 빵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지도 않는다. 먼저 먹은 사람의 행복과 힘이 나중에 먹는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통 문화로 유지·계승되다

소금은 나쁜 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러시아 전통 무늬가 있는 스카프에 직접 만든 흘렙과 소금을 담아 대접하곤 했다. 이는 ‘당신은 우리에게 귀한 손님이며 이곳에서 복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당신에게 있는 복이 우리 집에도 전해지길 바란다’는 뜻이다.
만약 흘렙과 소금을 대접했는데 거절한다면 이는 아주 예의 없는 행동으로 간주한다. 흘렙과 소금을 대접한다는 자체가 그 사람을 믿고 친구로 대한다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방이나 특별한 행사에서만 이 풍습을 볼 수 있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러시아 사람들이 흘렙을 소중하게 다룬 이유는 바로 흘렙이 하나님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성경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아무튼 러시아의 풍습과 역사를 말해주는 전통 문화로서 면면히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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