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뜨개질 하는 남자(?) - 작은 봉사로 얻은 큰 행복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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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뜨개질 하는 남자(?) - 작은 봉사로 얻은 큰 행복 이야기 -
독자기고/ 임혜란_주부, 서울 후암동)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1.08.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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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나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평범해 보이는 중년의 한 남자가 서툰 솜씨로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분이 들고 있는 작은 박스에는 ‘이 모자와 더불어 500원으로 야맹증과 성장 부진으로 고통 받는 아이 두 명에게 일 년 치 비타민A를 선물할 수 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그 후에도 그 남자 분이 뜨개질하는 모습과 500원으로 아이 두 명에게 일 년 치의 비타민을 선물한다는 문구가 거듭 생각났다.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검색해 보니,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을 돕는 곳이었고, 비로소 내가 본 그 뜨개질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 세계 2천만 명의 아이들이 자신이 태어난 날 사망하고, 4백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지 한 달 만에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저체온증을 막아줄 털모자 하나만으로도 그중 반 이상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바로 뜨개질을 시작하기로 맘먹고 용품을 구입하면서 보니, 한 달에 3만 원이면 한 아동과 결연하여 직접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하여, 일단 신청하였다.
한 달 지나서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편지 한 통이 왔다. 까만 얼굴에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가 하얀 치아를 다 드러내 놓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아프리카 말리에 살고 있는 11살 남자아이, ‘다니오고’이다. 이 아이의 웃는 모습은 너무나 밝고 순수했다.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나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직접 쓴 편지 한 통이 왔다.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매우 기쁘다’라는 내용이고, 아이가 정성껏 그린 그림도 함께 있었다. 편지를 받고는 가슴이 뭉클했다. 아직 한글도 모르는 네 살 배기 아들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아프리카에 네 형아가 있는데 그 형아가 보낸 편지야. 이다음에 엄마랑 같이 형아 만나러 가자” 하고는 사진을 보여주니, 아들은 “새까매!!!”라고 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직접 ‘다니오고’와 편지를 주고받게 할 생각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막아주기 위해 지하철 안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그 남자 분의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후원자라는 말은 부끄럽다. 나는 누군가를 후원해 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다. 그저 나의 작은 도움을 받은 한 아이로부터 오히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선물 받은 행복한 엄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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