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肉體)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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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肉體)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문제입니다”
특집 2011 장애인의 날 특집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1.04.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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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0일은 제31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동안 정부와 사회 단체의 노력으로 200만 명 이상의 장애인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었지만,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상존해 있다. 이번호에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문혜진(지체장애1급) 양의 하루를 동행, 취재해 보았다.

적극적 치료자세… 무릎까지 감각 느껴

올해 26세인 문혜진(女) 양의 하루 일과는 서울 강동성모요양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시작된다. 매일 반복되는 운동에 쉽게 지칠 법도 하지만, 물리치료사의 지도에 구슬땀을 흘려가며 어느 누구보다 열심이다.
혜진 양은 지난 2007년 8월 阿 가나에서 IYF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건물 2층에서 떨어져 요추 골절로 척수손상을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당시에 배꼽 밑으로는 감각을 전혀 못 느꼈지만 지금은 무릎까지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얼마 전까지는 보조기와 목발을 착용해서 걷는 운동도 소화해내고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방문하기 이틀 전, 왼쪽 고관절 주변에 3도 화상을 입어 걷기 운동과 수중 재활운동은 잠시 중단한 상태였다. 그전까지는 운동치료·작업치료·수중재활치료·한의원치료·마사지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재활에 적극적이었다.
기자가 용기(?)를 내어 남들은 포기하고도 남았을 4년 동안 재활에 전념한 이유를 묻자 “저는 반드시 걷게 되니까요”라는 단호하고 신념에 찬 대답이 돌아왔다. 최원식 물리치료팀장은 “현재 화상 상태가 안 좋지만, 혜진이는 항상 밝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재활 과정에 훌륭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혜택 미흡

혜진 양과 같은 마비 환자들에게는 꾸준한 재활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병원에 3개월 이상 머물면 보험공단의 치료비 지원이 줄게 된다. 그래서 3~5개월마다 병원을 옮기고 그때마다 새로운 치료사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다.
또한 혜진 양에게는 3,500만 원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지체장애1급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어 치료비의 대부분을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오전 재활치료를 마친 후 점심 식사를 하러 병원 밖으로 나왔다.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던 혜진 양은 근처 작은 식당으로 향했다. “보통 식당을 정할 때 메뉴보다는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지, 테이블 높이는 적당한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혜진 양은 주차도 편하고 공간도 비교적 넓은 복합 상가를 주로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에게는 평지처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언덕 앞에서 휠체어를 타는 혜진 양은 힘겨워했고, 짧은 시간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위험해 보였다.
식사 후 커피숍에 가서 차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계산대에 가려져 한눈에 보이지 않는 메뉴판과 높은 계산대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주문하는 혜진 양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일상적인 생활이,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진 사회환경 속에서 적응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장애인을 향한 경사(傾斜)된 시각… 마음에 큰 상처

혜진 양 곁에서 4년째 병간호를 해온 어머니 이영준(52세) 씨는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불쌍하게 또는 병을 전염시키는 사람처럼 보는 시선이 가장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혜진 양은 화상병원과 한의원에 가기 위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랐다.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인데도 꼭 걸을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삽니다. 척수마비가 된 제 처지를 용납하지 못해 종교에 의지하거나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를 통해 저 자신을 정확히 볼 수 있는 과정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사실도 분명히 경험했습니다. 의학적으로 걷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저에게 절망만 안겨주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성경에 나오는 38년 된 병자 그리고 날 때부터 소경된 자처럼, 저 역시 은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였기 때문에 이제 하나님만을 바라볼 때 제게 긍휼을 베푸시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하루종일 동행 취재를 마친 후 밝게 인사하는 혜진 양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개나리와 목련 꽃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정민승 기자 mins8003@good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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