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의 현실, 종묘공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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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의 현실, 종묘공원을 찾아서
기획 고령화사회 특별기획①/ 노인 소외, 이대로 좋은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1.02.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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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는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따른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노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노인들은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호에는 고령화사회 특집 첫 번째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을 찾아 ‘노인 소외’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정민승 기자 mins8003@goodnews.kr

 15년 후 ‘초고령사회’ 진입

이 시대에 소외된 노인의 현실을 담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감독 추창민)가 2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도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주제로 노년의 삶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사회 각 분야에서 ‘노인 사회’가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을 만큼 노인 인구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1%(535만여 명)에 이르렀고,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구조 변화와 경제 악화로 인해 가장 취약한 집단인 노인층의 소외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외된 노인들의 해방구, 종묘 공원

기록적인 한파가 한풀 꺾인 지난 2월 5일(토),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묘공원을 찾았다. 설 연휴 직후인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원 입구부터 삼삼오오 또는 10여 명이 그룹을 형성해 날씨부터 최근 이슈화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토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난 후 만난 반가움보다는 무표정한 얼굴과 쓸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는 장기·바둑을 즐기는 노인과 그 주위를 빙 둘러싸고 훈수를 두거나 구경을 하는 노인들로 무리 지어 있었다. 그 가장자리에 마련된 의자 역시 혼자서 신문을 보거나 깊은 생각에 빠진 노인들로 꽉 차 있었지만, 취재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인일 정도로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했다. 근처에 있는 탑골공원도 인원만 적을 뿐 고독한 분위기는 비슷했다.


대화와 소통이 가장 필요

“맞벌이하는 자식 내외가 새벽에 출근하고, 손자손녀들도 다 학교 가기 바빠. 여기 나오면 할 일은 없지만 사람 구경도 하고 운동 삼아 나오는 거지 뭐.”
“몸이 아파 못 움직이는 독거노인에 비하면 두 발로 전철 타고 여기 나온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야.”
공원에 나온 지 10년째인 박 모(83세) 할아버지와 김 모(79세) 할아버지는 탑골 공원에서 사귄 친구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기자를 맞으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1960년대 가난했던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이들 대부분은 가족의 눈치를 피해, 집에 있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해서, 시간이 빨리 간다는 등의 이유로 이곳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으로 매일 출근(?)해 바둑·장기를 두거나 역사·정치 강연회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점심은 근처 복지관이나 종교 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으로 해결하고, 해가 질 무렵이면 약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2월 6일(일) 오후 4시 지하철 종로3가 역사 안. 환승객과 추위를 피해 몰려든 노인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노인들을 내쫓고 있는 역무원의 모습이 야속하게 보였다.
“정치가들이 자기 월급을 떼어서라도 노인연금 좀 올려줬으면 좋겠어.”
나이가 많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최 모(72세) 할아버지는 차가운 돌계단에서 일어나며 체념하듯 말했다.
취재 도중 사회와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어르신들도 적잖이 만날 수 있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노인의 경제적·신체적·정신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인 복지 정책이 강조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과 사회의 관심을 통해 노인 소외를 방지하고 노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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