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체험한 문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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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체험한 문화 차이
Global 생생 Report 터키 앙카라 정미선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0.08.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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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위치한 터키.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이색적이고 특별한 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신비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한번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터키인 친구와 함께 앙카라 시내구경을 나갔다.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들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멋진 풍경들을 만끽하며 시내를 거닐었다.
그런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내가 외국인이라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걷다가, 아무래도 쳐다보는 게 지나치다 싶었는데 “앙카라에서 동양 여자를 보기가 아주 드물고 게다가 네 옷차림 때문에 쳐다보는 것이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말 나처럼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부터 히잡(아랍권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인 쓰개)을 두르고 발목까지 덮는 긴 치마와 외투를 입고 있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터키 국민은 99%가 이슬람교도이다.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의 개혁과 개방 정책으로 이슬람 문화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생활 습관 속에는 이슬람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계 3대 요리로 꼽힐 만큼 터키는 음식으로 유명한데, 터키에 온 첫날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 설렘 반 어색함 반으로 도착한 그 집에서 내놓은 음식은 ‘치쿄프테’였다. 한 시간 정도 각종 재료를 섞어 요리하던 주인아저씨는 땀으로 온몸이 젖었고, 마침내 음식을 앞에 둔 나는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배탈이 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익히지 않은 날 쇠고기와 고춧가루 등이 들어가서 터키인들도 먹기 어려워하는 음식이었다. 다행히 첫날 터키 음식에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뒤로 다른 음식들이 정말 맛있었다.
 


터키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나라다. 게다가 발달한 향신료만큼이나 특이한 맛과 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나라다. 국민소득이 낮아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이 많고, 낮에 공원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터키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냄새가 나는 정겨운 곳이다.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두툼한 백과사전을 매일 읽어도 알 수 없을 생생한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느끼고 있다. 앞으로 터키에서의 나머지 여정을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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