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과 쯔케모노(漬物)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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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과 쯔케모노(漬物)의 천국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0.08.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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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가타현 신조시(山形縣 新庄市)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눈보라 치는 날 차를 타고 달리면, 눈발이 차창을 향해 마구 달려오는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특히 히지오리(?折)라는 곳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 마을이다. 11미터나 되는 많은 눈이 겨울 내내 쌓여 있고, 포크레인으로 눈을 모아 산더미처럼 큰 도라에몽(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누구든지 무료로 썰매를 탈 수 있게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배려해 준다.
어떤 때는 한 달 내내 눈이 올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눈을 치워야 할 때도 많다. 우리 집 앞에는 늘 3미터에서 5미터 정도의 눈이 쌓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건물을 지을 때, 지붕의 경사를 아주 급하게 짓고, 가을이 되면 지붕에 페인트칠을 한다. 그러면 눈이 쉽게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져 눈청소하기가 쉽다. 때로는 눈이 아주 많이 와서 지붕에 올라가 이틀간 눈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
옛날에는 요즈음보다 훨씬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마을 밖으로 두 달 이상 나오지 못하고 갇혀서 살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기나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겨우내 먹을 반찬이 필요했다. 쯔케모노(漬物: 무, 배추, 가지, 고사리 등 소금에 절인 반찬)가 바로 그것이다. 야마가타현에는 쯔케모노가 상당히 발달했다. 그야말로 쯔케모노 천국이다. 뭐든지 쯔케모노를 만들어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먹는다.

 

 

또한 야마가타에서는 여자가 결혼하면 반드시 시어머니에게 두 가지 선물을 받는다. 장화와 도시락이 그것이다. 3년 전에 야마가타에 와서 첫해는 별로 장화를 신지 않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장화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야마가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패션인 것을 알았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장화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곳이 야마가타이다. 도시락은 남편 혼자 벌어서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결혼하면 그 다음 날부터 맞벌이를 하라고 선물한다는 것이다.
야마가타 신조시는 4만 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이곳에 시집오게 된 한 사람으로 인해 이곳에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눈과 쯔케모노 천국인 이곳이 앞으로 ‘신앙 천국’이 되길 바라며 벌써 야마가타의 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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