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쉬 한번 타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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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쉬 한번 타 보시겠어요~
Global 생생 Report 터키 김근수 통신원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10.06.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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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동·서양의 길목에 위치한 터키는 흔히 ‘동·서양이 교차하는 나라’라고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로 우리에게 친근하고, 6·25 한국전쟁도 참전해 준 터키인들은 우리에게 ‘피의 형제’라고 말한다.
수도인 앙카라는 현대적인 계획도시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터키사람들을 보면 마치 예전 한국의 시골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터키만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돌무쉬’를 타보면 더욱 그렇다.
‘돌무쉬(Dolmus)’는 터키어로 ‘찼다’라는 뜻으로, 버스에 사람들이 다 차야 출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이 미니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도심 뒷길의 구석구석을 운행하지만, 정류장이 따로 없다. 또한 요금함이나 요금을 받는 사람도 따로 없어서 돌무쉬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돌무쉬를 탈 때는 버스 앞에 적힌 목적지 팻말을 보고 운전기사나 승객에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을 지나는지 확인해야 하고, 내릴 때도 큰 소리로 기사를 불러 차를 세운다. 작은 것도 물어보고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불편스런 일을 터키인들은 어느 누구 하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차비를 내기 위해서 앞에 앉은 사람에게 차비를 건네면 운전기사에게까지 전달되고, 운전기사가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잔돈을 챙겨 주면 다시 되돌아 뒤로 전달되어 받는다. 한꺼번에 여러 명이라도 타게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계산이 복잡해지고, 본의 아니게 운전수 옆에 탄 사람이 계산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서로의 행선지와 사는 곳, 하는 일을 묻고, 행여나 옆 사람이 내리는 곳을 놓칠 새라 혹은 타야 할 사람을 운전기사가 놓칠 새라 대신 소리쳐서 버스를 세우기도 한다. 그렇게 도심 속을 누비는 이 미니버스는 지금 우리에게는 잊혀져가는 예전 시골 장터로 향하던 버스를 닮았다.
돌무쉬에서는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하거나 책을 읽기는 힘들고, 차비를 계산하느라 분주하지만, 서로를 의지해서 목적지로 향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이 짧은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부족함을 채워가야 하는 ‘돌무쉬 승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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