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도보행진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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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단 도보행진을 마치고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0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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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의 틀을 넘게 한 국토종단

추종무(남, 링컨학교 3)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5월 24일(목) 아침, 우리 2조는 이번 국토종단 중 김제~광천 구간을 걷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오후가 되자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렸지만, 그 비를 맞으며 도보를 계속하여 첫날 목적지인 서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둘째 날은 서천에서 대천까지 걸었는데 전날의 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날씨가 너무 더웠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점심과 졸업한 형이 말해주는 대학생활을 들으며 먹는 아이스크림이 피로를 씻어주었다.
또 저녁에는 숙소에서 가정 선생님이 오이로 마사지도 해 주셔서 하루 종일 햇볕에 그을린 얼굴의 열도 시원히 가셨다.
드디어 마지막 날, 최종 목적지인 광천에 도착했다. 하지만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다른 조를 만나기 위해 경로를 수정하여 13km를 더 걸어 홍성으로 가야만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속을 걷자니 배낭이 점점 어깨를 눌러오고 다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닌 양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걷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순간 ‘추종무! 정말 못 걸을 정도로 힘들다면 넌 이미 쓰러졌어. 근데 아직 다리가 움직이잖아. 네 생각이 널 속이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면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조금 해보다가 힘들고 안 될 것 같으면 그 생각을 따랐던 때가 참 많았다. 그러나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 보고 생각의 틀을 뛰어 넘을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국토종단은 도로만 걸은 것이 아니라 나의 나약함도 짓밟고 돌아온 값진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을 버리고

안솔잎(여, 링컨학교 3)

나는 평소 ‘병에 걸려 눕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에 국토종단을 잘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등산 양말을 신었더니 평소 발에 잘 맞았던 신발이 발을 조여 도보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다리를 절게 되었다.
이튿날 발은 이미 물집이 생기고 근육통도 심해져 한 발자국을 내딛기가 고통스러웠다. 다른 학생들은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느새 내 앞으로 한참 멀어진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니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죽을힘을 다해서 걸었다.
그때 같은 조원인 근호가 “누나, 잡아”라며 가방에 달린 끈을 내밀었는데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 끈을 덥석 잡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끌려가다시피 가방끈에 매달려 걷는데 근호가 발을 헛디뎌 그만 발목을 삐고 말았다.
그런데 내 열 발가락은 몇 시간 전부터 잘려나간 듯한 느낌이어서 미안했지만 발목을 삔 근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 국토종단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처음에 가졌던 자신감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과 한계에 부딪혔고, 우리 조원들이 없었다면 나는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국토종단을 통해 ‘나를 믿는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달았고, 연약한 내가 완주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끌어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리/ 정민승 기자 mins8003@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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