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 접고 해녀로 제2의 인생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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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 접고 해녀로 제2의 인생 꿈꾸다
줌인 거제도 초보해녀 신호진 씨 직장 그만두고 물질을 시작한 이유는?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8.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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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해녀 신호진 씨

해녀의 고령화에 따라 현직 해녀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해녀 및 해녀 어업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도시생활을 벗어나 거제도에 정착해 해녀 일을 시작한 초보해녀 신호진 씨를 만나보았다. 

해녀되기 위해 전문 직업해녀 교육 수료

최근 종영한 제주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연출 김규태)에서는 제주 해녀의 생활이 소개되며 해녀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극중 타지에서 온 
1년 차 해녀 역을 맡은 배우 한지민은 바다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해녀들의 공동체를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이와 같이 도시에서 어촌으로 이주해 해녀로 새로운 직업을 찾은 청년이 있다. 바로 거제도 해녀 신호진(36) 씨다. 최근 기자는 경남 거제시 지세포항 근처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 출신인 신호진 씨는 10년간 다니던 IT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전 거제에 정착해 해녀 일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회사에 계속 근무하더라도 5~6년 후에는 더 다니기 힘들 것 같았고 건강 문제도 있어서 다른 일을 찾아보았다. 평소 남편과 저 모두 바다를 좋아했기 때문에 바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해녀는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조금이라도 젊을 때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녀학교에 입학했다”라고 말했다. 
당장 아무 연고 없는 거제도로 가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에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학기간 동안 아이들과 내려와 거제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는 “어촌에서 살아보니 병원이나 아이들 학원 보내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들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어촌 생활에 만족해했다.

1.해녀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신호진 씨 2.해산물을 채취하는 모습
3.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도구인 테왁을 만들고 있다

바닷속 일, 위험하고 어려운 일도 많아

그는 거제도 정착뿐만 아니라 해녀가 되기 위해 해녀학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 기본적인 교육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학교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호진 씨는 “물 위에 오랜 시간 떠 있는 연습 등 생각보다 힘든 과정에 중도 포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졸업 후 실제 바다에 나가서 해녀로 일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았다. 겨울 바다 추위도 견뎌야 하고 바닷속에 깊이 들어갈 때 이퀄라이징(수중 압력과 체내 압력이 평형을 이루도록 하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코피도 많이 났다. 또 바다에 오래 있다가 나오면 어지럼증이 나는 육지멀미도 생겼다. 한번은 얼굴 전체에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며 적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해녀는 조업 중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버려진 그물에 걸려 갇히거나 선박에 치여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신호진 씨는 “배 소리가 들리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해녀들도 위험할까 봐 물 밖으로 나와 서로 지켜봐 준다.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그것이 이해가 된다. 단순히 일반 직장에서처럼 업무를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죽음과 삶을 같이 돌봐주는 관계라는 것을 느낀다. 바다에서 생사의 고비를 함께하기 때문에 서로를 지켜주는 공동체 문화가 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연친화적인 나잠(裸潛)어업 지속되길 희망

신호진 씨는 태풍이나 풍랑주의보가 내리지 않는 한 매일 바다에 나가지만 아직 수입은 직장에 다닐 때보다는 훨씬 적다. 그는 “일을 배우고 적응하는 기간이 최소 3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계속 도전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는데 조금씩 들어가는 깊이가 깊어지거나 새로운 해산물을 채취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세대 간 직업 전수 단절에 따라 오랜 역사를 지닌 해녀문화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제주 및 거제 등의 해녀학교에서는 전문적인 해녀 양성과 해녀문화를 전수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호진 씨는 “물질의 어려움과 열악한 고용환경도 있지만 때로는 세대 간 소통의 단절로 해녀 일을 그만두는 모습을 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건물에 사는 해녀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이 힘든 일을 한다며 살펴주시고 잘 챙겨주신다. 젊은 해녀들이 기성세대와의 의사소통으로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뿐만 아니라 즐겁게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나잠어업(산소 호흡 장치 없이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이 이제는 도태되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이 일은 다른 어종에 피해가 가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어업의 형태인 만큼 오래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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