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국 LA에 있는 남가주 대학(USC)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5년의 박사과정 동안 잘 나가는 선배나 동기들의 모습에 때론 동요하고, 이 길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며 투덜대는 날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든 교수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마칠 무렵 수십여 곳의 대학 교수직에 지원했지만 모두 낙방하는 고배를 마셨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임대료를 내지 못해 어린 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쫓겨날지도 모르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그때 무능력한 내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 후 이제 시간 강사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감사하게도 1년 더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놀랍게도 많은 문이 열리기 시작해 현재는 명문 대학으로 평가를 받는 조지아텍에서 정책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를 마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실패를 인정하면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실패가 부족한 나의 모습을 알게 해주었고, 또 주저앉았을 때 다시 일어날 저력을 갖게 했다. 우리가 실패를 인정하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발견할 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안여광 교수/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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