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LA폭동 30주년, 한인•흑인간 화합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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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LA폭동 30주년, 한인•흑인간 화합의 현장을 가다
기획 기획시리즈 | 새 정부에 바란다-② 한인타운 잿더미로 만든 30년 전 LA폭동 교훈삼아 화합하고 연대하는 행사, LA에서 열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5.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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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치인 등 주요인사 | 4.29 기념행사장인 리버티 파크 잔디광장에 많은 현지인들이 참석했다 사진/ 고정연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맞아 국민화합과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이 때, 흑인과의 갈등을 화해와 포용정신으로 극복한 4.29 LA폭동 30주년 기념행사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본지 특별 취재팀은 LA 여러 곳에서 열린 한·흑간 화합과 교류의 현장을 취재하였다.
 

LA폭동으로 한인교민 5100억원 피해

인터뷰 중인 <br>​​​​​​​김영완 LA총영사
인터뷰 중인
김영완 LA총영사

지난 5월 10일 드디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역대 최소 표차의 치열한 승부 끝에 들어선 정부를 향한 국민의 바람은 ‘화합의 정치’다. 대내적으로는 대립과 반목으로 분열되고 대외적으로는 안보·외교가 위기에 처해 그 어느 때보다 화합과 연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 민족화합과 위기극복의 좋은 사례가 되었던 LA폭동 발생 30주년 행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120년 미주한인이민 역사상 최악의 수난으로 기록된 4.29 LA폭동. 지난주 기자는 4월 한 달 내내 한․흑간 화합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LA를 방문했다. 폭동 당일이었던 4월 29일 오후에는 코리아타운 리버티 파크에서 폭동의 상처와 교훈을 되새기며 한인·흑인 및 소수민족들간 화합을 위한 ‘LA폭동, 사이구(SAIGU·4.29) 평화 기원 콘서트’가 수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폭동은 신호위반을 한 로드니 킹(흑인)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 4명이 무죄를 받자, 흥분한 흑인들이 LA거리로 쏟아져 나와 폭력과 약탈,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다. 5일간의 끔찍한 폭동으로 인해 2300여개의 한인업소가 억울한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4억달러(한화 51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5월 2일, 10만여명의 한인들은 치유와 화합의 평화대행진을 시작했다. 고통과 시련 속에 분노하고 흑인을 원망하기보다 빗자루를 들고 깨지고 부서진 곳곳을 치우며 평화를 외쳤다. “WE WANT PEACE!” 마침내 이에 감동한 흑인과 히스패닉 모두가 행진에 동참하였고, 이후 미국은 물론 한국과 전 세계에서 거액의 피해복구 성금이 답지했다.  

1992년 5월 2일 10만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평화대행진을 하는 모습 출처/ 크리스천헤럴드

“한인과 흑인이 단합할 때 엄청난 힘 생겨”

당시 ‘폭동피해대책본부’ 역할을 했던 라디오코리아 건물 앞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평화 콘서트는 한․흑간 화합과 연대를 강조하는 한인과 흑인 정치인 및 단체장들의 메시지와 뮤지션들의 공연으로 감동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날 참석한 다양한 인종의 시민들은 ‘30년간 이어져 온 LA폭동 기념행사를 통해 커뮤니티간 교류와 화합을 다짐하면서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미 연방하원의 첫 한국계 여성 의원이자, 워싱턴주의 첫 흑인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60) 의원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있었을 때, 흑인을 지지하는 한국계·아시안계 미국인을 많이 보았다. 반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아시안 증오를 멈추라(Stop Asian Hate) 운동을 하며 아시안계 미국인 공동체를 옹호하는 집회도 보았다”며 “많은 공통점이 있는 한인과 흑인이 단합할 때 엄청난 힘과 더 강한 목소리를 갖게 된다”고 역설했다. 
우연히 행사장에 들른 잭 마틴(28)은 “함께 즐기는 모습이 커다란 바비큐 파티같다. 30년 전 비극이 모든 커뮤니티들을 연합시키며 하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대단하다. 마치 마법처럼 완벽한 순간이다”라며 감격해 했다.   

폭동 이후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찾아

5월 1일에는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할리우드 한인 리더 그룹(KALH)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영완(51, 사진) LA총영사는 “4.29 이후 한인들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한인사회는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정치력 신장에 집중하였고, 경제적 번영은 공동으로 향유할 때 가치를 발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타 커뮤니티간 소통과 화합을 확대해 나갔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한 할리우드 유명배우 윌 윤 리(51)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태권도 마스터인 아버지는 흑인 수강생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LA폭동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함께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통해 화합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까? 30년전 한인들은 모든 것을 빼앗아간 흑인들에게 복수하지 않고 자식과 미래를 위해 용서하고 화합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자는 현장에서 공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LA한인들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4.29의 역사를 교훈삼아 갈등이 만연한 우리사회 국민들이 서로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 선진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길 제언해 본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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