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농구스타 한기범, 지금은 심장병 환우 돕는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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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농구스타 한기범, 지금은 심장병 환우 돕는 키다리 아저씨
[인터뷰] 희귀질환 ‘마르팡증후군’으로 두 차례 심장수술, 세상에 진 빚 갚고 싶어 나눔 시작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5.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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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기범 희망나눔 한기범 대표

추억의 농구스타 한기범이 심장병 환우를 돕는 비영리법인 대표로 변신했다. 누군가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 자신도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나눔을 실천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1990년대 대한민국 농구 황금기를 이끌어

1990년대 초중반 농구붐이 대한민국을 휩쓸었었다. 당시 아마추어 농구대회 ‘농구대잔치’는 온 국민의 스포츠 축제로 불렸고, 미국 NBA(미국프로농구)에서 활약하던 마이클 조던은 젊은이들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일본의 농구만화『슬램덩크』는 청춘의 필독서였으며, 1994년 방영된 MBC 드라마『마지막 승부』는 시청률 48%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농구의 황금기로 불리던 그때 ‘기아자동차’(이하 기아) 팀은 국내 실업팀 중 최강으로 불렸다. 기아는 농구대잔치가 시작된 1983년부터 프로농구(KBL)가 창설되기 전인 1996년까지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기아를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한 것은 ‘허동택 트리오’(허재·강동희·김유택)와 한기범이었다. 그중 205cm의 장신센터 한기범은 김유택과 함께 ‘공포의 쌍돛대’로 불리며 코트를 누볐다.
1997년에 은퇴한 한기범은 2000년에 잠시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이후 종종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점차 활동이 뜸해졌는데, 얼마 후 희귀질환인 ‘마르팡증후군’(Marfan syndrome)으로 두 번의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르팡증후군’이란 인체 내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팔다리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해질 경우 심장 대동맥에 문제가 생겨 사망할 수 있다.  

선수시절의 한기범 대표(오른쪽) | 2021년 자선농구대회 이후 가진 후원의날 시상식 모습

심장병 환우 돕는 단체 설립, 11년째 활동 중 

지난 주 기자는 한기범(57)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근황을 묻자 그는 11년째 심장병 환우를 돕는 단체 ‘한기범 희망나눔’을 운영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한기범 대표는 “아버지는 1980년, 동생은 2000년에 ‘마르팡증후군’이라는 희귀유전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나 역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심장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며 “수술을 받을 무렵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심장재단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라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어서 한기범 대표는 “수술을 마친 이후 내가 하나님과 세상에 빚을 지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 빚을 갚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라고 심장병 환우를 돕게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일이 후원금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처음 단체를 설립하고 후원을 부탁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주변에서 ‘사업도 실패했다는데 혹시 사기 치는 거 아닌가’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그 말을 듣고 오기가 생겨 반드시 이 일을 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본 많은 분들이 나눔에 동참해 주셔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농구를 통한 나눔을 

한기범 대표는 지난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비대면 콘서트를 개최했다

계속 이어갈 예정  

한기범 대표는 “나눔의 기쁨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모금한 돈을 심장병 환우 부모님에게 전달했을 때 그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기쁨에 중독되어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라고 나눔을 지속하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서 그는 “2011년부터 매년 뜻을 같이하는 농구선수와 연예인들을 초청하여 자선농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회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심장병 환우와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을 돕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한동안 무관중 경기를 치루다가 올해부터 다시 관중을 초청하여 대회를 연다. 오는 5월 7일에는 의정부에서 대회가 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나눔에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기범 대표는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들에게 농구를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농구를 매개로 한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아이들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도 꿈을 향한 드리블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서 젊은 시절 코트를 누비던 때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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