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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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핫이슈 100여명의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 광주(光州) 고려인마을에 안착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4.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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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국자인 최마르크 군의 할머니 최아리나 씨(맨 오른쪽) | 사진/ 홍용학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군의 반인륜적 인권유린 행위뿐만 아니라 민간지역에서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 등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약 1/4이 국외로 피난을 떠났다. 그중 고려인 동포들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어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피난왔어요”

“총소리가 들린 후 천막에 피신했는데 너무 두려웠다. 미사일로 도시가 파괴되어 생명의 위협을 느껴 피난할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한국에 왔다.” 
지난 4월 10일 광주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 출신 스베트라나(32) 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했던 말이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마을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고려인마을의 지원으로 입국한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는 3월 13일 최마르크(13) 군과 3월 22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남아니타(10) 양을 비롯해 100여명에 달하며 앞으로 300여명이 추가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광주에서 만난 고려인마을 신조야(67) 대표와 고려인마을교회 이천영(64) 목사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무사히 한국으로 입국한 이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고려인미디어센터 예배당에서는 고려인 동포를 위한 예배와 쌀과 라면, 이불 등의 생필품을 나눠주는 일정도 진행됐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은 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1900년대 전후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손이다. 1937년 소련 정부는 연해주에 정착했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는데 그 후손들이 우크라이나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인접 국가인 루마니아, 폴란드 등으로 피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난민 신분으로 사는 이들의 삶은 ‘불안’ 그 자체였다. 숙소를 구할 돈이 없어서 노숙 생활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지만 여권이 없거나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 고려인미디어센터 예배당에서 평화기원 예배를 드린 고려인
고려인 동포들의 입국 관련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신조야 대표

한국인들의 온정, 난민들 삶의 터전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은 지난 2월부터 전쟁 난민이 된 고려인 동포의 국내 귀환을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신조야 대표는 “모금된 후원금은 고려인 동포 1인당 100만원 상당의 항공권 지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300여명의 입국을 더 도울 계획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신 대표는 “처음에는 고려인들의 작은 모금으로 시작된 이 활동이 지금은 한국의 각 기업, 개인 등 정말 많은 분들의 참여로 확산되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항공권 후원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쌀, 식용유, 간장, 된장 등의 생필품 또한 들어오고 있어 동포들 모두가 한국인들의 온정을 느끼며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거쳐 3주에 걸쳐 한국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알렉(10) 군은  “한국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이곳은 너무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아빠가 그곳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무사히 아빠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며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고려인마을 측은 난민 신분으로 입국한 이들에게 월세 보증금 200만원과 2개월분 월세, 그리고 취업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국사회의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신 대표는 미국과 일본의 한인사회에서도 관심과 후원을 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국가 차원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대책 필요

4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와 독일에 머물고 있는 고려인 난민 1000여명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며 이들을 한국으로 모셔오자며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국에 연고자가 있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난민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전쟁 상황이라 여권을 갖추지 못하는 등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서류와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쟁 난민들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며 법무부가 적극 나서 이들을 비행기에 태워와 서류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종교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종교계 인사는 10대 경제대국 중 러시아와 중국,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난민을 받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안착한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은 과거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때문에 흩어졌던, 다시 만나야 할 우리의 동포들이다.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온 만큼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 및 온 국민의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광주=송주환 기자,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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