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바람은
상태바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바람은
현장르포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모여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한국마을을 찾아가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4.16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다디 와코 씨(앞줄 왼쪽) 사진제공/ IYF 에티오피아 지부

올해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지 71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정착했던 마을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프리카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국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참전한 국가는 에티오피아이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국제사회에서 나름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 중 하나였고, 1960년대까지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유엔의 파병 요청을 받고 황실 근위병을 중심으로 보병 1개 대대를 편성하고 ‘강뉴(Kagnew)부대’란 이름을 하사했다. 이들은 1951년 4월부터 한국으로 출정하여 주로 춘천, 화천, 철원 등 강원도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고 약 250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불패신화를 기록했다. 총 6천여명이 한국으로 파병돼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강뉴부대원들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월급을 모아 경기도 동두천에 보화 고아원을 설립하고 1956년까지 한국인 전쟁고아들을 보살폈다. 휴전 후에는 유엔국제아동긴급기금, 교회세계봉사단 등을 통한 의료 지원으로 대한민국의 전후 복구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6.25전쟁에 파병되어 활약했던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 있다. 또한 에티오피아 병사들이 귀국 후 정착해 그 후손들까지 살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바로 코리아 사파르, 일명 한국마을이다.

출처/ 연합뉴스TV 캡처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한국의 경제발전상 보니 놀랍고 감격스러워”

지난주 기자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만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한국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다디 와코(Dadi Wako, 89) 씨는 시간이 흘러 이제 기억이 흐려졌지만 당시 참전했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낯선 나라 한국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시골 같은 분위기였고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너무나 혹독했다. 전쟁 당시 폭약 관리업무를 담당했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더욱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들은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6.25전쟁 발발 50주년, 60주년 때 한국을 방문했다. 전쟁 당시의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한국의 모습을 보며 다디 와코 씨는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너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전쟁 때 한국을 도운 것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현재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6천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90여명 남짓이다. 몇 년 전까지는 대부분 한마을에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다디 와코 씨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 작년에도 몇몇 분들이 돌아가셨는데 거동이 불편해 직접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한 참전용사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보낸 이 역사를 후손들에게 들려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귀국 후 핍박과 차별 등으로 고통 받기도

한편 6.25전쟁 이후 귀국한 참전용사들은 황제의 총애와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1974년 쿠데타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을 받았다. 재산을 몰수당해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면서 참전용사들이 살고 있는 한국마을은 빈민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디 와코 씨는 “원래 황제의 경호원으로 일했었는데 한국에서 돌아온 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황제를 경호했던 사람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모두 인권이 박탈당한 채 힘든 삶을 살았다. 현재는 정권이 바뀌면서 참전용사 협회가 만들어져 이를 통해 조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및 민간단체들은 90년대 중반부터 전쟁에 도움을 준 에티오피아 참전국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적극적인 후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춘천시는 아디스아바바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에티오피아에 한국참전 기념탑을 세웠다. 이어 2007년 3월 춘천에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건립,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무공을 선양하고 전후세대들이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디 와코 씨는 “한국 사람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고마움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했다. 현재 남은 참전용사들이 고령인 만큼 의료혜택이 가장 절실하고,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쳐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이며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임에 분명한 것이 아닐까.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정영빈 통신원
정리/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