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더 부각되는 건강한 채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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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더 부각되는 건강한 채식문화
포커스 채식 가치 알리는 전통 채식 전문음식점 ‘마지’의 김현진 대표를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2.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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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탕수, 우엉잡채 등으로 구성한 채식 밥상의 모습 사진/ 박효림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면역력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전통 채식을 지향하는 음식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생야채의 독성 낮추는 발효식 조리법 사용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기후 위기 극복 또는 동물의 고통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건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세계 각국의 다양한 채식 요리가 있지만 한식이야말로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는 식(食)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난주 기자는 한국 전통 채식의 식문화를 알리고 있는 채식전문 음식점 ‘마지’(종로구 체부동)를 찾았다. 이곳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이 가진 특색과 맛을 살리는 음식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조미료에 더해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도 사용하지 않아 음식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표고버섯탕수육, 우엉잡채 등 채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채식주의자가 아닌 기자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마지 김현진(52) 대표는 “사람들이 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생채소를 먹는 걸로 생각하는데 그건 몸의 체온을 낮추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래서 발효식이 중요하다. 생채소를 덮거나 데쳐서 냉기를 빼고 발효된 된장, 고추장, 간장 등으로 양념을 해 생채소가 가진 위험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직접 만든 효소와 오래 발효한 각종 장류를 사용해 요리한다. 또한 그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로컬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부분의 재료는 10년 이상 거래한 농가에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상하게도 김치나 장은 다른 사람의 손이 들어가면 맛이 바뀐다. 그래서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어서 지금은 어머니와 저, 둘만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1. 나물구절판과 채식신선로 2. 마지 김현진 대표 3. 현미밥, 된장국, 기본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사진제공/ 마지

먹는 음식에 관심 갖게 되며 채식 연구 시작

김현진 대표가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이어트 부작용을 통해서다. 그는 “20여년 전에 마라톤을 하면서 몸무게를 40㎏ 정도 줄인 적이 있다. 당시 닭가슴살만 5개월 정도 먹었는데 어느 날 얼굴이 빨갛게 되면서 가렵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닭에게 사용하는 항생제가 알레르기를 유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기나 우유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목장과 양계장을 방문했는데 동물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채식을 지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기 수학강사였던 김 대표는 이후 종교음식을 공부하며 사찰음식부터 시작해 현재는 한국 전통 채식으로 의미를 확장해나갔다. 손님들 중 아프거나 속이 안 좋은 이들은 음식을 먹어보고 몸의 변화가 오는 것이 보이니까 계속해서 이곳을 방문한다. 또한 친환경운동을 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만큼 김 대표도 이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이가 빠진 그릇이나 금이 간 그릇이라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쓴다. 유약을 바른 흙그릇이라서 음식이나 건강에 영향이 없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고 일회용품 때문에 배달도 하지 않는다. 처음엔 손님들이 불편해하고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방문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고 알아주신다”고 말했다. 

단골손님들의 도움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이곳은 출발을 종교음식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인지 자신의 종교 교리에 어긋나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불교·기독교·천주교·이슬람교·도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온다. 지금은 식당이 자리를 잡고 단골손님이 꾸준히 찾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한때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는 종교적인 이유나 K팝 영향으로 유럽,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오는 단체 손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단체손님이 줄고 하루 매출이 급감하면서 월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단골손님들이 선결제를 해보자며 SNS에 소식을 알렸고 몇백만 원의 돈이 모였다. 두 달 정도 가장 힘들었던 기간을 단골손님들 덕분에 잘 넘어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마지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유기동물보호소나 여성 및 환경을 다루는 단체 등에 기부를 하고 있다. 
이제 이곳은 단순히 식당을 넘어 종교, 국적, 사상을 초월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그들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현진 대표는 “나는 지속가능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채식을 하는 것도 ‘오로지 채소만 먹어야 돼’가 아니라 생각을 조금씩 바꾸면서 몸과 영양의 균형을 맞춰가며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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