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망가뜨리는 마약의 늪 이제는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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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망가뜨리는 마약의 늪 이제는 벗어나야
핫이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내 마약사범 문제, 체계적인 국가시스템 갖춰 관리해야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2.01.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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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마약 투약 후 운전대를 잡고 경찰과 영화 속 장면 같은 추격전을 벌인 한 남성의 소식은 온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국내 마약범죄의 실상과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마약사범 연령대, 갈수록 낮아지고 확산세 증가

박진실 변호사

작년 5월, 부산·경남지역에서 마약성 진통제 중 하나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판매하고 투약한 10대 청소년 4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병·의원에서 자신 또는 타인의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2021년 1~7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8명이 초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경찰청이 마약 범죄를 따로 분류해 집계한 이후 초범 비율이 80%를 넘긴 것은 처음인데, 전문가들은 초범 비율의 증가는 전체 마약 복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신호라고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SNS를 이용해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사범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30대 마약사범 비율이 55.5%로 나타난 것이 이를 잘 방증하고 있으며 그 위험성과 확산세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 서초동에서 기자가 만난 마약 전문 변호사 박진실(법무법인 진실, 51) 변호사는 “마약사범 한 명이 검거되면 한 명이 아니라 최소 10명이 더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국내 마약사범이 1만 8천여명으로 드러나 있는데, 실상은 약 18만명으로 봐야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 년 전 버닝썬 사건으로 마약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지만 미봉책만 반짝하고 나오다가 끝나버렸다. 사회적 관심과 깊은 고민 없이 시간이 흐르다보니 또 다른 마약 범죄가 계속 터지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출처/ YTN 뉴스캡처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 평생 벗어나기 힘들어

암처럼 번지고 있는 마약 범죄 확산세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박진실 변호사는 “경남지역 고등학생들이 투약한 ‘펜타닐’은 아편계 진통제로 굉장히 강한 진통제다. 패치형이라 약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금단현상이 필로폰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서 다시 그 마약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이 젊은층으로 갈수록 위험한 것은 또래집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과거 만났던 의뢰인들은 주로 30~40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20대이고, 가끔 10대도 있다. 이들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산다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수사비용과 건강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비용뿐만 아니라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들의 인생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므로 이들이 회복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중독자들은 수감되어 있을 때 강제적으로 마약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나 출소 이후 너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에 다시 놓여 재범율이 높다. 즉 자제할 수 있는 동기부여보다 자제할 수 없는 동기부여가 더 크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이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마약 문제는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물 오남용 관련 교육을 의무화 해야 

청소년들의 마약 가담이 심각한 이유는 이들은 약물로 인한 중독의 피해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중독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국내 교육기관에서 금연교육, 성교육 등 많은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약물 오남용에 대한 교육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클럽 등에서 이용하는 엑시터시나 다이어트약으로 처방받는 식욕억제제 팬터민, 그리고 수면제로 알려진 케타민 등 모두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이런 약물을 투약하면서도 전혀 마약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주변에 권하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진실 변호사는 “약물은 투약자와 공급자를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급자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단순 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치료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치료보다는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중독자들은 뇌가 이미 손상되어 마약의 유혹을 받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식의 관리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국가와 모든 국민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마약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A부터 Z까지 각 파트마다 시스템을 갖추고 ▲마약 관련 내용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충분한 예산 책정과 ▲적재적소에 물적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특히 ▲마약 중독자들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만성질환자로 간주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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