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죽어야 끝나는 데이트폭력 해답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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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죽어야 끝나는 데이트폭력 해답은 없는가?
핫이슈 데이트폭력으로 해마다 40여명 숨져…그러나 법률 제정은 여전히 깜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2.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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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데이트폭력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데이트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법률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한 달, 신고 4배 증가 

최근 데이트폭력에 의한 참혹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중구에서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30대 여성이 김병찬(35)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1년간 10여차례 피해자의 집과 차를 침입해 폭행을 지속해 오다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다며 보복살인을 저질렀다. ▲이틀 전인 17일엔 30대 남성이 이별을 요구한 20대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19층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했으며 ▲금년 7월에는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이 황예진(25) 씨를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데이트폭력’으로 8만 1056건이 신고되었다. 이 중 6만 1133건(75.4%)이 살인, 성폭력,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과 같은 강력범죄로 나타난 가운데 살인은 227건이었다. 연간 45명이 숨진 셈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데이트폭력 범죄가 증가하자, 피해자 구조를 위한 적극적인 경찰행정과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갖춘 법률이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21일, 다행히 법안이 발의된 지 22년만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시행 후 한 달간 스토킹 신고 건수를 살펴보니, 시행전 하루 평균 24건에서 103건으로 폭증해 총 2700건으로 집계되었다.

출처/ SBS뉴스 캡처

데이트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종전엔 데이트폭력에 대한 규범적 정의가 불분명하고 데이트폭력을 별도로 처벌하는 법률이 없어 형법의 폭행죄나 협박죄,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하였으나 일단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이에 따른 범죄감소가 기대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주 문정동 법조단지에서 만난 신동엽(38) 변호사는 “정서적․언어적 폭력부터 성적‧신체적 폭력 등의 양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데이트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의 특수성에 기해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폭력이 가장 친밀한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연인 간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그 행위의 경계선을 인지하기 어렵다. ‘사랑싸움 아닌가?’, ‘성격이 좀 강해서’,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해서’라고 치부하다가 점진적으로 과격하게 발전해나가면서 처참한 결과가 발생한다. 연인 간의 사소한 다툼을 모두 데이트폭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어느 순간 일반적인 상식과 판단으로도 용인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당사자가 먼저 관계를 정리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는 그동안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는 법적 개입을 자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개별적 행위를 중심으로 불법성을 판단하는 법체계에서 데이트폭력에 내재된 권력적 착취의 성격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개인적 차원에서 미연에 데이트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깨나 머리를 가볍게 치는 사소한 폭력 징후가 나타났을 때 단호하게 중지를 요청하고 ▲폭력이 도를 넘은 경우엔 이를 숨기거나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알려 자문을 구하는 한편 ▲전문 상담기관 혹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신동엽 변호사 | 자료: 경찰청, 더불어민주당 양기대의원실

美·英 등 주요 선진국은 엄격한 처벌 규정 적용

사실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데이트폭력방지법은 2017년 발의되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신동엽 변호사는 “연인 간의 폭력을 따로 규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설사 가해자에게 살인 가능성 등 2차 가해의 징후가 있다 할지라도 아무런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에서도 가해자를 구속해 둘 입장이 못 된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가해자의 처벌이나 피해자 신변 보호가 느슨한 한국과 달리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데이트폭력에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피해자 진술만으로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하는 의무체포제가 시행되고, 영국은 2016년부터 신체적 폭력이 없어도 강요와 통제만으로 최대 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특히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전과 또는 폭력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을 마련해 데이트폭력을 미리 방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57) 교수는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비공식적으로 1년에 100명 정도가 죽는다”며 데이트폭력 처벌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보다는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한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으니 상황이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쉼터까지 이어지는 ‘피해여성 구조를 위한 긴급지원시스템 1366’을 누르라”고 강조했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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