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됐다 하는 순간 망한다. 도전을 멈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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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다 하는 순간 망한다. 도전을 멈추지 말라” 
[인터뷰] 춘천 남이섬의 성공 신화 쓴 강우현 대표 창의력과 역발상으로 지역관광 활성화 해 눈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2.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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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현 대표 (사진/ 오병욱 기자)

최근 ‘위드 코로나’ 시작을 기점으로 여행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를 향한 지자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남이섬 성공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 대표에게 관광객과 지역 주민 그리고 지자체가 상생하는 관광 활성화 방안을 들어보았다.

2001년 남이섬 CEO 취임,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

남이섬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IMF 이후 쇠퇴하던 남이섬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변신시킨 힘은 2001년 남이섬 CEO로 취임해 14년간 경영한 강우현(68) 대표의 역발상과 창의력이었다.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제일은행(現 SC제일은행), 브랜드 컨설팅업체 올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1년 남이섬 대표가 됐다. 관광의 ‘관’자도 모른 채 대표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당시 100원 CEO로 유명했다. 월급은 100원만 받을테니 모든 권한을 달라고 제안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그는 남이섬에 재활용품을 활용한 조형물을 만들고, 가을이면 서울 송파구의 버려진 낙엽을 수거해 은행나무 길을 조성했다.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하나씩 더해져 완성된 것이 오늘날의 남이섬이다.  
지난 주말 기자는 강 대표가 남이섬을 떠나 새롭게 터를 잡은 ‘탐나라공화국’(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을 찾아갔다.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생각을 정리한다고 말하는 그는 경영자와 예술가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 보였다. 강 대표는 자신이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주변을 보니 이제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망가지더라. 그래서 시작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남이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2014년 돌연 제주로 내려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이기에 ‘정상에 오래 머물지 말라’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1. 바위에 생긴 균열을 따라 돌을 들어내자 골짜기와 길이 생겨났다
2. 탐나라공화국을 찾은 관광객들(코로나 이전) 3. 천인합일문 전경
4. 빗물을 받아 만든 연못, 인당수 5. 노자의 사상이 담긴 노자예술관

황무지를 단무지로 ‘탐나라공화국’의 탄생

그가 7년 전 제주로 내려와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 ‘탐나라공화국’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는 “돌밖에 없는 황무지를 단무지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일을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땅을 팠다. 파고 또 파도 돌이 나왔다. 돌이 얼마나 깊이 있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9개월간 땅을 팠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쌓여 있는 돌을 가지고 탑을 쌓았다. 물이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빗물을 받아 연못을 만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탐나라공화국’의 건국 신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 대표는 “안으로 버리면 써버리는 거고, 밖으로 버리면 내버리는 것이 된다. 써버리면 창조고 내버리면 청소다. 여기저기에 버릴 물건을 나에게 버려달라고 말했다. 버려진 것들을 가지고 ‘탐나라공화국’을 만들어 갔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탐나라공화국’ 곳곳에는 새 생명을 얻은 버려진 것들이 가득했다. 버려진 책은 헌책 도서관이 되고, 버려진 볼링핀은 예술품으로 탈바꿈했다. 기자가 찾아간 날 또 하나의 창조가 일어나고 있었다. 강 대표는 “썩은 책을 땅에 묻어 책 무덤을 만드는 중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덤(?)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관광 성공하려면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라 

강 대표는 ‘탐나라공화국’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원래 경복궁은 왕이 살기 위해, 불국사는 스님이 살기 위해 만든 곳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만들어 놓으면 다음 세대가 어떻게든 활용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강 대표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촌’ 살리기에도 참여 중이다. 한때 강촌은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MT 장소로 유명했다. 그런데 복합적인 이유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강 대표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현무암 표면에는 동물과 식물 등 온갖 사물이 다 새겨져 있다고 말하더니 현무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과 물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면 된다. 돌 하나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강촌 주민들에게는 강촌의 흙으로 화분을 만들어 질경이를 심어보자고 제안했다. 겨울철 질경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담아 보자는 뜻이었다.” 이어서 그는 “인심(人心)도 중요하다. 인심이 좋으면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래서 관광객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기자와의 대화 중 다양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중 하나는 “새해는 이미 왔다. 기다리지 말고 미리 새해를 사시라”라는 메시지였다. 이 말은 지금까지 수많은 취재원을 만났던 기자의 뇌리에 깊은 울림으로 자리 잡았다.
강민수 차장대우·이지성 기자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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