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 노부모 간병의 심각한 현실
상태바
고령화의 그늘 노부모 간병의 심각한 현실
핫이슈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간병 살인 등 증가 추세에 따른 대응책은 없을까?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1.26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간병이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오랜 간병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가족 간의 갈등 야기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바 전문가를 통해 그 해법을 들어보았다.

5060세대, 고령부모와 성인자녀 부양 부담 가중 

#주부 박모(56) 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5년째 돌보고 있다. 처음엔 아버지가 가족들과 떨어져 있기 싫어하고 요양원보다 집이 더 편할 것 같아 모시게 되었는데 점점 체력이 바닥나면서 하루하루가 힘들다. 요즘엔 ‘나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우울 증세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5060세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노부모 간병이다. 물론 간병이 중장년층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가 늘고 있고,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부모에 대한 부양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들 사이에 낀 5060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5060세대의 72.7%는 6개월 이상 노부모를 간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5060세대에 있어 노부모 간병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완치라는 희망 없이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활동은 줄어들고 비용 부담이 더해지는 비극의 상황에 마주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간병 문제로 인한 황혼이혼, 가족해체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간병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부모를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연숙 강사

가족 간 대화로 사전 대책 마련이 바람직

지난주 기자는 이천의 한 카페에서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진행하는 한연숙(44) 강사를 만나 노부모 간병의 실태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연숙 강사는 10년 간 간호사로 일하다가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보호사 직무교육을 시작했고 전국의 요양원과 기관을 다니며 누구보다 간병인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많이 봐왔다. 그는 “간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혼자 해야 하는 ‘독박간병’이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또 하나는 경제난이다. 민간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 평균 10~12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생업까지 포기하면서 간병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기에는 지병 등 각종 건강 문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년퇴직 후 안정적 노후를 준비했거나 닥쳐올 간병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연숙 강사는 “한국 정서상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요양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간병이란 문제가 갑자기 닥쳤을 때 가족 중 누군가 떠안게 되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전에 미리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준비를 하고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지인의 경우 그 시어머님이 백혈병 진단을 받아 어머님을 모시려고 생각했지만 남편이 간병으로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정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아 근처에 따로 집을 얻어 어머님을 모시고 자신이 들러서 살피겠다고 했다. 미리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지금은 부부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간병을 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원만히 풀어간 가정의 사례를 들려 주었다.

사진/ 연합뉴스 캡처
간병으로 본인 건강 악화

가족 간병, 외부에 적극적인 도움 요청 필요 

간병은 이제 고령사회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당면할 수 있는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한연숙 강사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대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고 간병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고령화와 간병 문제를 앞서 겪은 일본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돌봄 등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커뮤니티 활성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가 아프거나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해서 쉬쉬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다. 간병은 한 사람이 아닌 국가 및 사회가 같이 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 강사는 “갑자기 치매나 다른 병을 앓는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른다. 밥을 갖다 주면 버려버리거나 밤에 밖에 나가 배회하는 행동을 보이면 병의 증상으로 여기고 대처하기보다 일단 하지 말라며 부딪히고 갈등을 빚는다. 때문에 간병인을 위한 상담과 간병시 대처 방법에 관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