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우값 고공행진 한우산업이 위태롭다
상태바
요즘 한우값 고공행진 한우산업이 위태롭다
현장르포 소고기 수입 증가와 소 사육두수 역대 최고 ‘소값 파동’에 대한 우려도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1.26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요즘 한우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언뜻 보기엔 한우산업의 호황처럼 보이지만 건초값과 사료값이 급등하고 수입 소고기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사실 축산 농가는 불안하기만 하다. 

수입 소고기와 차별화 위해 한우 등급제 실시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 무역협정으로 소고기 수입이 자유화되었다. 이에 맞선 한우업계는 품질개선에 사활을 걸고 등급 없이 무게로 파는 수입산 소고기와 차별화 하기 위해 부위별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1993년 1,2,3등급체제를 시작으로 1+(1997), 1++(2004) 등급을 시행하면서 한우는 구이용 소고기 시장에서 프리미엄 식자재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횡성축협한우는 1995년 한우명품화사업을 시작한 후 전국 최고의 한우로 자리매김하였다. 
지난주 기자는 횡성군 법주리를 방문해 횡성축협한우의 품질이 우수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법주농장의 이인섭(47) 대표는 “29~32개월의 거세 수소로만 이루어진 횡성축협한우는 고지대의 서늘한 날씨와 깨끗한 물 그리고 축협에서 제공되는 고품질 사료로 인해 육즙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친환경·청정 축사 환경을 위해서는 비가림시설을 설치하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데 축사바닥에는 발효분을 뿌려 냄새 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등 명품한우를 위한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군 법주리의 법주농장 이인섭 대표

가격경쟁과 관세인하로 소고기 수입 급물살

육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육방식의 고도화는 한우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지자 외식 대신 가정에서의 한우 소비가 늘고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한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현재 대형마트의 한우 가격은 1㎏당 1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한우보다는 가성비 좋은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를 찾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한우 자급률(국내 쇠고기 총 소비량 중 한우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7.2%에 불과했다. 수입 소고기 평균 가격이 작년 10월 기준 1㎏당 7088원에서 금년 동(同)기간 9572원으로 치솟았는데도 수입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격경쟁과 관세인하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소고기 수입은 2026년부터 무관세 조치가 예정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영남대 최장본(60) 생명공학부 교수는 신토불이만으로 한우 농가를 지킬 수 없다며 과학적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한우에는 단백질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이노신 일인산염’이 미국산 쇠고기의 36배, 호주산 쇠고기의 7배 이상 함유돼 있다. 반면 콜레스테롤 함량은 수입산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항산화, 항노화, 숙취해소 효과를 지닌 ‘카르노신’이 미국산과 호주산의 각각 2.7배, 1.4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거세 수소에는 풍미를 좌우하는 불포화지방산이 53.5%가 함유되어 있다고 말하는 이인섭 대표는 “아무리 좋은 수입우일지라도 한우의 마블링을 따라오지 못한다. 외국소는 방사해서 키우기 때문에 마블링이 거의 없다. 고급 수입육이 1등급 정도이며 대부분 2,3등급에 속한 고기를 숙성해 판다”며 한우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한편, 한우 산업 관계자들은 “한우 도체중량(가축을 도축해 가죽, 내장, 머리 등을 제외한 무게)의 48%가 저지방 부위다. 이는 구이용 부위와 가격이 2~3배 차이 난다. 한우 소비 문화가 마블링이 많은 구이용 부위에 치중되다보니 지방이 적은 부위는 소비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진/ 포항MBC 캡처

건초·사료비 급등으로 축산 농가 파산 위기

한우 소비 증가에 따라 가격도 상승하는데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이유는 뭘까? 이는 5년 전 301만 마리였던 소 사육두수가 올해 358만 3천여 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적정 사육두수인 300만 마리를 훌쩍 뛰어 넘은지 오래다. 소값 파동이 우려되는 상황에 원료값은 더욱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인섭 대표는 “6개월만 지나면 파산하는 농가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 이유로 국제곡물가격 상승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거세우 한 마리당 사료비가 26%(약 60만원) 올랐다.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도 작년보다 77%나 급등해 사료 한포에 4000원이 올랐고, 건초는 63000원에서 9만원이 되었다. 그마저도 배가 뜨질 않으니 수급이 이뤄지질 않는다. 여기에 최근 요소수 사태로 트랙터조차 움직일 수 없어서 자체사료생산를 위한 파종도 못해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한우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원화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전국한우협회 김삼주(61) 회장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수 부위는 세계 최고의 명품 소고기로 육성하고 비선호육이나 저지방육 부위는 숙성방법과 조리법을 개발해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새만금 간척지를 중심으로 노는 땅을 활용해 건초와 사료의 생산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