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을 통해 음료를 건네는 곰 손
회색 콘크리트 벽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곰손장갑을 낀 손이 불쑥 나와 예쁜 음료와 함께 빨간 장미를 건네자 손님들은 귀엽다며 연신 환호한다. 이곳은 일본 오사카 골목에 위치한 ‘곰 손 카페’이다. 곰 손 카페는 최근 간사이 방송 등 현지 언론에서 이색적인 카페로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곰 손 카페에서 주문과 음료 픽업은 구멍을 통해 이뤄진다. 주문하는 구멍은 성인 허리 부근에 위치하고 천으로 가려져 구멍을 개방해도 직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벽 뒤에 있지만 곰 손을 매개로 손님들과 교감하며 웃음 짓는 직원들은 사실 모두 우울증, 적응장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다. 사회에서 일하고 싶지만 타인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이들은 벽 뒤에 있는 약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일을 하며 심리재활을 하고 있다. 한편, 카페에 방문하더라도 곰손장갑을 낀 손만 접촉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다. 카페 운영진은 정신적으로 고립된 사람을 위한 기회의 장을 계속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카페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61만 3천명이 히키코모리로 추정돼
일본에는 히키코모리같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일본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전국의 만 40~64세의 인구 중 1.45%인 61만 3천명이 히키코모리이다. 이중 7년째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과반수이며 젊은층 가운데 조기퇴직을 한 뒤 히키코모리가 된 경우도 많았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특화된 전문 상담 창구를 전국에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상담사가 히키코모리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고 지차제와 연계해 적절한 지원을 제공한다. 향후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곰 손 카페와 같은 공간을 발판삼아 하루빨리 사회로 복귀하길 기대해본다.
일본 도쿄 신효원 통신원
정리/ 유다은 기자 daeunryu@igood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