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한국인 아버지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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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 한국인 아버지를 찾습니다”
기획 코피노 양육 소송 지원단체 WLK 구본창 대표를 통해 본 코피노의 실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0.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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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필리핀에는 한국인 아버지가 남긴 핏줄인 코피노의 상당수가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아이들을 홀로 양육해야 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의 아버지를 찾아 소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코피노(Kopino):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합성어,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말한다.


90년대 이후 코피노 급증, 사회문제로 대두

#필리핀 여성 A 씨는 2010년 필리핀으로 파견 온 한국인 김모 씨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그 남성과 교제 후 아이가 태어났지만 김 씨는 한국에 있는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됐다는 말만 남긴 채 잠적해 버렸다. A 씨는 이후 홀로 아이를 키워왔고 지난 10년간 양육비를 미지급한 책임을 묻기 위해 김 씨를 상대로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다. 
1990년대 중반 필리핀 관광 및 어학연수가 각광을 받으면서 관광이나 사업·유학차 필리핀에 체류하는 한국 남성들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수도 급증하며 코피노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국제 아동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코피노는 4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피노 문제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에 체류하며 현지 여성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거나 동거를 하면서 아이를 낳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락을 끊거나 잠적해 책임을 회피하면서 나타났다. 
필리핀 여성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홀로 양육하며 가난과 차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또한 코피노들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경제적·사회적 학대에 방치된 상황이다. 이에 최근엔 코피노가 직접 아버지를 찾기 위해 개인적으로 소송하거나 코피노의 어머니가 민간단체를 통해 양육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WLK 구본창 대표 | 코피노를 다룬 MBC 방송프로그램 (사진/ MBC뉴스 캡처)

한국인 아버지 찾기 및 양육비 소송 지원

지난주 기자는 코피노의 양육비 소송을 지원하는 단체인 ‘WLK(We Love Kopino)’ 구본창(59) 대표(현재 코로나19로 한국에 체류)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WLK는 필리핀에 아이를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아빠를 찾아주거나 필리핀 여성이 한국 아버지를 상대로 양육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도와주는 단체다. 대형 입시학원 원장을 하던 구 대표는 10년 전 은퇴 후 필리핀으로 이민을 간 후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구본창 대표는 “필리핀에서 우연히 코피노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알게 됐다. 최소한의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양육비를 받거나 아버지를 찾아주는 것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WLK를 설립한 구 대표는 한국인 아버지의 여권번호나 연락처, 주소 등 필리핀 여성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양육권 지급 소송을 진행해 양육비를 받아냈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에 아버지 사진과 필리핀 거주 당시 인적사항을 포함한 명단을 공개했다. 그는 “사이트에 신상정보를 공개하니 수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던 코피노 아버지들이 직접 연락해 오거나 지인을 통해 연결이 되었다. 지금까지 68명의 명단을 올려 48명의 코피노 아버지를 찾았다. 아이 엄마와 타협이 될 때는 공개한 정보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자 하는 한국인 아버지는 주로 합의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코피노 낳은 한국인 아버지, 양육 책임 다해야

구 대표는 코피노의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많은 한국인 아버지가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 법적 문제를 거론하거나 심지어는 조폭이나 건달을 보내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남성 두 명이 도끼를 들고 덤벼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버지의 얼굴 사진,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만큼 초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코피노들 중 상당수가 빈민가에 살고 있다. 끼니도 제대로 못 먹고 배고픔에 굶주려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무책임한 한국의 아버지들을 향해 분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버지의 초상권과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의 생존권 중 어느 것이 더 우선하겠는가? 아이들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의 노력으로 양육비를 받은 한 코피노 어머니는 필리핀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를 구입해 생계를 해결하게 되었다며 실제 사례를 이야기했다.
한편 주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필리핀 교포들은 구 대표가 하는 일을 후원하거나 도와주기보다 코피노 문제로 관광업에 타격을 입을까 봐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구 대표는 “우리 정부 또한 코피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육비 수급을 위한 소송 지원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중단되었던 양육비 소송을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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