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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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는 청년들
핫이슈 ‘건당 10만원’ 알바인 줄 알고 가담 후 검거된 10대, 20대 급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10.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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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과 용돈을 벌려는 학생들이 ‘고액알바’, ‘단순알바’ 광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및 전달책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7000억원

1997년 대만에서 시작된 보이스피싱. 국내에서는 2006년 5월 국세청 직원 사칭 800만원 사기 피해를 입은 사건이 최초로 발생한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16년 1468억원에서 2020년엔 7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매일 19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저금리 대출에 속은 50대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의 약 30%에 해당하며 지난해만 9217명에 달한다.
보이스피싱은 이제 전 국민을 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를 통해 드러난 보이스피싱의 지능적이고 조직화된 범죄 행각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보통 권력층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했던 범죄는 진화를 거듭하며 교묘한 수법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선량한 청년들을 공범으로 만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가 만난 최염(37) 형사전문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형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조직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을 고액 수당으로 현혹해 모집하고 있다. 청년들은 전달책, 송금책 등의 형태로 범죄조직에 연루되는데 이들은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여 현금을 수거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특정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가담하게 된다. 이 경우 채권추심업무 또는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회사 등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보이스피싱 피의자 연령별 검거인원’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1만 3천여명 중 20대 이하는 40.4%(4178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상)사진/ YTN뉴스캡쳐 
(하) 최염 형사전문 변호사 사진/ 오병욱 기자

3800만원 수거하고 세 번 만에 잡힌 대학생 

최근 전달책 피해자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면접이 흔해지고 사회경험과 금융지식이 부족한 10대, 20대 청년들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넣었다가 보이스피싱 전달책이 되어 버린 대학생 김진영(가명, 19)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군은 “방학을 맞아 용돈을 벌려고 처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는데 몇 시간이 채 안 돼 전화가 왔다. 대출상환금을 받아주기만 하면 건당 10만원, 택시비 5만원을 준다고 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세금을 절감해주기 위한 국가적 사업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 없으니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이상하면 한번만 하고 그만두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전화 송신자와 편안하게 통화하면서 큰 액수의 돈을 자연스럽게 건네주는 모습에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두 번에 걸쳐 3800만원을 수거·입금하고 세 번째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난 또 다른 전달책에게 잡히고 나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었음을 인지하게 된 김 군. 그는 “운좋게 세 번만에 잡혔다. 그때 걸리지 않았으면 언제까지 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염 변호사는 “전달책 10명 중 9명이 범죄에 연루된 줄 인지하지 못한 무고한 피해자다. 그러나 검찰은 가담자들이 현금을 수거한 후, 여러 사람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며 100만원씩 나눠 무통장입금하는 등의 이상한 부분을 통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금수거책 10명 중 6~7명은 구속 돼

보이스피싱이 날로 심각해지자 검찰청은 2015년 ‘보이스피싱 사범 구형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보이스피싱 총책은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 전달책 등 단순 가담자도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한다는 내용이다. 
최 변호사는 “10명 중 1명 가량 무죄이고 겨우 2~3명만이 합의를 본다.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피해자도 안타깝지만 사회초년생들이 구속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 모습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도 국가적 차원에서 현금수거책 피해에 대한 홍보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진영 군은 한달 간의 경찰수사를 마치고,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들과 합의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첫 알바였는데 또래 친구들보다는 부모님과 선배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전달책 관련기사와 뉴스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범죄에 내가 연루되어 남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했는데 오히려 변호사 비용, 합의 비용으로 부모님을 힘들게 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업무에 비해 고수익을 제공하거나 터무니없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문제를 인지하면 경찰에 즉각 알리고, 이미 범죄에 연루된 후라면 수사 초기에서부터 변호인을 통해 사안에 발빠르게 대응해 자수절차 및 관련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송미아 기자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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