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패럴림픽을 빛낸 보치아 대표팀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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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패럴림픽을 빛낸 보치아 대표팀의 투혼
기획 세계 최정상 자리 지켜낸 보치아 국가대표팀 임광택 감독을 만나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9.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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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비장애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로 오직 패럴림픽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종목이 있다. 이는 중증뇌병변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로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한계를 딛고 9회 연속 우승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국 보치아팀,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

지난 8월 24일 개막식과 함께 13일간의 열전을 벌인 2020 도쿄패럴림픽이 9월 5일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14개 종목에 159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으며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과 김한수(29·경기도), 최예진(30·충남직장운동경기부)으로 구성된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페어(BC3)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부터 이번 도쿄패럴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시 한 번 지켜냈다. 
‘보치아(boccia)’는 컬링과 유사한 경기다. 표적구(흰색)에 자기 공(빨강 또는 파랑 6개)을 가까이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상대방 공보다 표적구에 더 가까이 던지면 점수를 얻는다.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도를 요구하는 만큼 선수들의 정신력이 돋보이는 종목이다. 주로뇌성마비 중증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이 참가하는데 장애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BC3 등급에서는 선수들이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없어 경기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홈통을 이용해 공을 굴린다.

결승전에서 정호원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 |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선수들과 임광택 감독(맨 오른쪽)

코로나19로 악조건 속 눈물겨운 훈련과정

지난주 기자는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임광택(46) 보치아 국가대표팀 감독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충남도청 보치아 실업팀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부산 동아대 경기지도학과 재학 중 4학년 때 고관절을 다쳐 지체 4급 장애인이 되었다. 이후 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체육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치아를 접하게 됐고, 전국장애인체전 보치아 심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보치아와 연을 맺고 있다. 금메달 획득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도쿄에서 홈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생각에 기뻤고 선수들 모두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한민국 보치아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임 감독은 “한 대회당 140~15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할 정도로 국내 선수층이 두껍고 볼과 홈통 등 장비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수한 훈련 프로그램과 스포츠 과학지원을 통한 경기력 향상,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우리나라의 강점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코로나로 1년 미뤄진 만큼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임 감독은 “중증장애인은 감염병에 취약해 대표팀은 경기를 위한 훈련뿐 아니라 KF94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치르는 등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는 훈련까지 필요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쓴 선수들이 어지럼증도 호소했고, 호흡이 안 돼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매일 15분씩 복식호흡 등 호흡 근력을 기르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침 뱉는 것조차 어려워 대회 3주 전부터는 코로나 검사를 위해 타액을 뱉는 연습을 하는 등 훈련 준비과정은 늘 땀과 눈물이 수반되었다. 

보치아, 신체 재활 및 자아실현에 긍정적 효과

대부분 보치아 선수들은 특수학교를 다니던 중 체육교사의 권유로 보치아를 접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치아는 선수들에게 신체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삶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왔다. 임 감독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은 언어장애와 몸에 경직이 심해서 직업재활이 어렵다. 그렇게 때문에 보치아가 이들에게 삶의 목표이자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보치아 실업팀이 더 많이 창단되고 장애인 선수 출신의 지도자 양성 등을 통해 고용기회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한 “보치아 선수들은 중증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올림픽 선수들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열정과 노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라는 편견 없이 멋진 선수 또는 휼륭한 선수로 대해 주시길 바라고,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쟁 국가의 기술력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치아 경쟁력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임 감독은 “앞으로 많은 국제대회 참가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와 개인별 맞춤형 의료지원 등을 통해 더욱더 준비에 박차를 가해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을 꼭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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