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를 밝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대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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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를 밝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대표의 꿈
포커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선의의 의술 펼치도록 돕는 것이 목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9.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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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의사’ 대표 최석재 전문의(現 화홍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사진/ 홍용학 기자

최근 한 의사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비대면 의료상담 앱을 만들어 화제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이자, 비대면 해외의료봉사 단체 ‘행복한 의사’의 최석재 대표를 만나보았다.

응급실 14년 차, 안타까운 기억이 더 많아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지어진 응급실은 늘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삶에 대한 간절함으로 응급실을 찾아온 이들 중 일부는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안타깝게도 일부는 그렇지 못한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14년째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최석재(40) 전문의도 그중 한 명이다. 분명 치열하고 고된 자리일 것 같은데 기자가 만난 그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에게 수많은 전공 중 응급의학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성적이 안되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정말 잘한 것 같다. 어느 과보다 의사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환자들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그는 보람된 기억보다 안타까운 기억이 더 깊이 남는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병원으로 오는 차 안에서 숨이 멎은 아이의 사연, 화재사고로 장애가 있는 동생과 누나가 함께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일주일 만에 사망한 사연 등 안타까운 기억이 많다”며 어렵게 아픈 기억을 들려주었다. 화제를 바꿔 보람된 기억을 묻자 그는 “가슴에 큰 물리적인 충격을 받아서 심장 주위에 혈액이 고인 환자가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환자가 퇴원하던 날 의료진 모두가 기뻐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 최석재 전문의는 의학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2. 그의 책은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추천 도서로 선정됐다
3. 2020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모습

인생에 지금이라는 순간이 가장 소중해

최석재 대표는 응급실 생활을 하다보면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우리는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응급실에 있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한 남성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 남성이 간경화로 인한 출혈이 심해 병원을 찾아왔다. 굉장히 위급한 상황 같은데 어째서인지 보호자가 무덤덤했다. 알고 보니 몇 차례 비슷한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그 남성은 30분 만에 심장이 멈췄다. 그때 보호자가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오늘일 줄 몰랐다...’ 이런 일을 경험하다 보니 하루의 소중함을 자주 자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질환이 있지만 심혈관·뇌혈관·외상 3가지 질환은 빠른 처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뇌경색은 증상이 잠시 호전되는 듯 보여도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뇌혈관 질환의 경우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만약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이웃-손-발’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하고 웃어보고 ▲손을 들어보고 ▲발음이 정확한지 점검해봐야 한다. 만약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대면 의료 상담 앱 ‘해피닥터’ 만들어 화제

최석재 대표는 본업 외에 작가, 유튜버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물었더니 최 대표는 “앞서 말씀드린 그런 생각 때문에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인생인데 지금 이 순간 나와 가족의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점이나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남기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경제적인 측면만 보면 의사는 계속 진료만 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경제적인 이익이 없는 일에 도전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바쁜 그에게 최근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비대면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뜻이 맞는 의료인들과 ‘해피닥터’라는 의료상담 앱을 만들어 시범 운영 중이다. 그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는 아직도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 우선은 간단한 의료상담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화상상담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마음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의료봉사 할 수 있도록 돕는 꿈을 꾸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는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에도 새로운 꿈을 꾸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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