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다시 장악한 탈레반, 향후 이들의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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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다시 장악한 탈레반, 향후 이들의 행보는?
기획 20년 만에 종결된 아프간 전쟁, 긴장감 고조되는 현지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예리한 분석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9.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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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희생자를 낸 아프간전쟁 종결 후,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은 바야흐로 대혼란이 시작됐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아프간의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백승훈 연구원에게 들어보았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카불 점령

8월 31일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20년간 아프간전의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9.11테러 이후 2001년부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하는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지 
20년 만의 일이다. 앞서 8월 15일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으로 정권 이양을 발표했고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그러자 폭압을 피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국민들이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어 항공기에 먼저 탑승하려고 난투극을 벌이며 이륙하는 항공기 바퀴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하는 등 카불 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 세계는 지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아프간 사태가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면서 중동지역 정세와 탈레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백승훈(40) 연구원(국제관계학)을 만났다. 최근 아프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훈련한 30만명의 정부군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백 교수는  “그동안 아프간 전쟁에서 정부군 역시 6만여명이 희생했다”며 정부군을 지원했던 미군도 떠나고, 아프간 가니 전 대통령도 돈 뭉치를 싣고 아프간을 떠난 상황에서 정부군은 탈레반과 싸울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세력은 개혁적인 통치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게 덧칠하거나 부르카(눈 부위의 망사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의상)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다. 

(상)사진/ 연합뉴스 캡처
(하)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백승훈 연구원 | 사진/ 박수현 객원기자

탈레반 정부, 이슬람법 적용 어디까지?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 철수는 사실상 트럼프 정부 때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또한 미국 여론도 20년 동안 아프간에 2조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입했고 2448명의 미군이 사망한 이 전쟁의 종결을 원해왔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정부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2021년 9월 11일까지 철군을 약속한 바 있다. 
백승훈 교수는 아프간 사태의 전개 과정에 있어 탈레반의 특징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학생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주의자들이다. 그 엄격한 율법주의 잣대로 봤을 때 정의가 아니다 싶으면 폭력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율법에 위배되는 것은 다 죄로 여기고 죄를 용서하지 않고 잔인하게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 인권침해 등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들어선 탈레반 정부는 현재 산업화된 국가가 아니며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와 협곡인 지리적 특성상 △중앙집권을 강화해서 조직화된 정부를 세울 수 있을지, △새로운 통치를 하겠다는 탈레반 정권이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어느 정도까지 적용시켜 이행할지 두 가지 관점에서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난민과 국가 안보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백 교수는 탈레반에 관련된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탈레반이 1979년 지하드(무장 게릴라 조직)를 퍼뜨린 것처럼 하진 않을 것이다. 이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적 존재이므로 각국이 탈레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종교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살피면서 정책적인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악마화 하거나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에 대한 문제도 ‘이슬람이니까 무조건 안 돼’라는 시각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특별기여자 390명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한데 백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제 UN 공식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에 난민 수용 등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난민 인정율은 난민으로 판정된 사람들의 2.5%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고, 그만큼 난민 선정 과정이 까다롭다. 때문에 난민이 곧 이슬람의 습격, 또는 테러라는 논리는 현실적이지 않고 난민과 국가 안보의 문제를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주변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각국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등의 인접 국가들이 현재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두고 탈레반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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