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메디컬 문신의 새로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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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메디컬 문신의 새로운 세계
포커스 치매노인·소방관 등을 위한 무료 문신이벤트 진행하며 재능 기부하는 조명신 원장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9.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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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의원 조명신 원장 | 사진/ 홍용학 기자 

최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문신(타투·tattoo)을 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신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메디컬 문신 시술자도 증가하는 가운데 성형외과 의사이자 23년 차 타투이스트(문신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명신 의사를 만나보았다.

예술적인 문양에 반해 문신 배우기 시작

요즘 문신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문신은 이미 예술의 한 분야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자기표현 외에도 결손된 피부색소를 인공색소인 잉크로 보충해주는 메디컬 문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 기자는 주로 메디컬 문신 시술을 활발히 하고 있는 명동역 인근의 빈센트 의원을 찾았다. 이곳 조명신(57) 원장은 의사로서는 드물게 타투이스트 활동을 겸하고 있다. 
쌍꺼풀 등 미용 성형을 주로 하던 그가 왜 몸에 문신을 새기는 타투이스트가 됐을까? 조 원장은 “예전에는 몸에 했던 과거의 문신을 없애려고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에 제거 시술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신을 지우러 오신 분이 있었는데 색을 입힌 장미 문신이었다. 당시에는 컬러 문신이 많지 않았는데 예술적으로 보였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미 문신을 그린 타투이스트를 직접 찾아가 배우기 시작했고 실력을 더 쌓기 위해 미국의 타투 스쿨에서 관련 기술 및 타투 문화를 공부했다. 
조 원장은 정형화된 성형수술보다 문신 시술이 더 어렵다고 한다. “같은 도안이라도 사람의 피부에 따라 문신은 다 다르게 나타난다”며 매번 작업할 때마다 느끼는 새로움이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상)문신 시술 전 화상흉터의 피부 | 소방관 모습의 문신으로 흉터를 가렸다
(하)문신 시술을 하고 있는 조명신 원장

“문신으로 자신감 찾는 사람들 보며 보람 느껴”

조명신 원장은 패션문신 외에 반영구 화장, 탈모로 인한 두피문신, 상처를 가리는 문신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맞춰 문신 시술을 한다. 또한 재건문신이라고 해서 문신을 이용해 백반증 환자의 하얀 부위에 피부의 본래 색을 입혀준다. 조 원장은 “백반증으로 얼룩덜룩한 손을 가리고 싶다는 제빵사가 찾아온 적이 있다. 빵을 만들어서 손님한테 건네주고 싶어도 피부병으로 오해할까봐 빵집을 찾아온 손님들 앞에 나설 수가 없었는데 문신을 한 이후로 자신감을 찾았다”라며 기뻐했다. 조 원장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치매환자를 위한 실종방지 문신이나 소방관을 위한 문신 등 무료로 문신을 시술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그는 “2002년에 미국 횡단여행을 했는데 기차에서 만난 한 여성의 팔에 문신이 있었다. 바로 9.11 테러 때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의 이름이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웅시리즈’를 기획했고 소방공무원들의 신청을 받아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2년간 100여명의 소방공무원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그중 조 원장에게 특별히 인상적인 소방관이 있다. “화상을 입은 한 소방대장이 주위에서는 ‘화재를 진압하다 입은 영광의 상처다, 자랑스럽다’라고 말하지만 본인에게는 지우고 싶은 상처였다고 한다. 그래서 문신으로 화상 상처를 가렸는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의료행위냐 예술이냐…문신 합법화 논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은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라고 판결한 이후 30년째 비(非)의료인의 시술은 불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 원장처럼 문신 시술을 하는 의료인이 극히 드물고 대부분 비의료인에 의해 시술되고 있다. 해마다 문신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가운데 우수한 실력을 가진 타투이스트들의 시술을 불법의료행위로 보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일면서 문신 합법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생명, 신체 및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 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신 시술이 과연 의사만 해야 하는 영역인가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의논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불법이기 때문에 직업윤리 측면이나 사후관리 부분에서 어떤 관리감독도 받지 않으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단계별로 점차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확대해야 하고 그에 따른 교육과 윤리의식도 뒷받침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코로나 관련 의료진이나 경찰관, 응급실 의사 등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는 조명신 원장. 그의 시술이 더 많은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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