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럭비팀 사상 첫 올림픽 출전, ‘놀라운 그들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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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럭비팀 사상 첫 올림픽 출전, ‘놀라운 그들의 투혼’
포커스 세계무대에서 럭비 강국들과 당당히 겨루며 선전한 대한민국 럭비대표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8.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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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팀 부주장 이성배 선수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많은 종목 중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종목이 있다. 바로 럭비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럭비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럭비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희망의 전주곡을 쏘아 올렸다. 

2020 도쿄올림픽 참가, 한국 럭비계의 새 역사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럭비대표팀의 행보는 경기 내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흥분시켰다. 비록 성적은 5전 5패였지만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의 경기력은 한국 럭비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세계 랭킹 2위인 뉴질랜드를 상대로 전반 5분 정연식(현대글로비스) 선수가 첫 골을 넣고, 호주전에서 후반 2분에 안드레 진(대한럭비협회) 선수가 득점하는 순간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시아 랭킹 1위인 일본이 영국(3위)을 상대로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것을 보면 그만큼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는 뜻이다. 기적 같은 역사는 2019년 아시아 최종 예선전부터 시작됐다. 아시아 조별리그 준결승에서 중국을 극적으로 이기고 결승에서 홍콩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것이다. 
기자는 지난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7인제 럭비대표팀의 부주장 이성배(한국전력, 31) 선수를 만났다. 첫 올림픽 출전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대한민국 온 국민이 응원하는, 그리고 항상 동경해왔던 올림픽 무대에서 뛰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설레고 감격스럽다”고 답했다.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럭비대표팀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서천오 감독)

오랜 무관심과 코로나 확산 상황이 큰 장벽

이성배 선수는 우리나라 럭비계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7인제와 15인제 경기에서 각각 다른 선수가 플레이하는데, 우리나라만 7인제 뛰던 선수가 15인제도 뛰기 때문에 그에 맞춰 체중을 줄였다가 다시 늘리기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선수의 말처럼 한국 럭비 선수들의 현실은 굉장히 열악하다. 영국이 종주국인 럭비가 대한민국에 소개된 것은 1923년, 그러나 오랜 역사를 가진 것에 비해 성장세나 대중화는 너무 미미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해외에서 럭비는 축구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인기스포츠지만 국내에는 프로팀도 없이 중·고·대학과 실업팀을 모두 합쳐 50여개뿐이며 선수 전체 인원이 1천여명 정도(일본의 경우 10만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도쿄올림픽은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이성배 선수는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오직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간절한 건 럭비팀이었을 것”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개최 여부조차 모르는 상황을 지켜보기란 쉽지 않았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오랜 시간 무관심과 코로나19로 인한 훈련의 변수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은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이 선수는 “아시아 예선전부터 일본 유통경제대학 감독인 찰스 로우 코치님이 함께 했는데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는 물론, 경기 영상을 보시고 개인적으로 불러서 기술적인 부분, 피지컬적인 부분, 심리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지도해 주신 것이 달라진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시합 중인 럭비대표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성배 선수)

올림픽을 계기로 국민들의 사랑받게 되길 기대

이번 럭비대표팀을 맡았던 서천오(상무, 54) 감독은 단계적으로 진보하는 작은 변화를 강조했다. 서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럭비대표팀 발전에 있어서 꼭 필요한 코치를 영입한 것도, 최근 럭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최윤 회장이 대한럭비협회장으로 임명된 것도 한 단계 발전을 가져온 것”이라며 한국 럭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럭비계의 변화를 위해 유소년럭비단 모집과 같은 단순한 방법의 저변확대가 아닌 지도자들이 각 분야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해주어야 스포츠의 저변확대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올림픽의 선전 이후 대표팀은 2022년 남아공에서 개최될 럭비 월드컵 출전을 위한 아시아 예선전을 맞이한다. 이성배 선수는 “개인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지금보다는 나은 럭비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대표팀 전체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럭비의 가장 큰 매력은 ‘노사이드(No side)’ 정신이라며 경기 중에는 모두가 적이 되어 싸우지만 경기가 끝나면 편가름 없이 친구가 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했다. 때문에 이런 매력을 가진 럭비가 이번 올림픽 때만 잠깐 회자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온 국민이 즐기는 인기종목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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