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장애인복지관 상임 의사 그녀가 이 길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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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장애인복지관 상임 의사 그녀가 이 길을 택한 이유 
포커스 장애인 재활치료에 헌신한 이미경 전문의, 제9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8.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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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이미경 재활의학과 전문의

의사라면 보통 개인병원을 운영하거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이와달리 장애인복지관에서 인술을 펼쳐온 이가 있다. 안정된 삶 대신 장애인의 재활치료에 헌신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이미경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만나보았다.

(상)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상 복지실천상을 수상
(하)발달장애아동의 재활 치료를 돕는 이미경 전문의

생명존중 정신 실천 공로로 성천상 수상

“아프리카 오지 등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일하는 의사들도 많은데 저한테 이 상은 과분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해요.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순간순간이 행복해서 이 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지난주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이미경(63)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장애인 재활치료를 위해 일평생 헌신한 의사 이미경 씨를 제9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성천상은 의료봉사활동으로 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하며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의료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미경 전문의는 33년간 줄곧 복지관에서 활동하며 장애인 재활의학 분야에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미경 전문의는 가톨릭의대 졸업 후 첫 직장으로 1988년부터 장애인복지관 상임 의사로 부임했다. 의사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나 복지관의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상임 의사를 두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 씨는 전국 유일 복지관 상근 의사로 활동했다. 그는 “의사가 필요하지만 조건이나 환경 때문에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복지관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인 재활의학을 전공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

이미경 전문의는 복지관 근무는 봉사나 남을 위한 헌신이라기보다 자신의 신념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들은 일반 의사에 비하면 적은 월급에 힘들게 일하며 봉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똑같은 사람인데 돌봐야 할 가족이 있거나 생계가 어려웠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복지관에는 주로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많은 발달장애인이 찾아온다. 병원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장애인들의 전인적 재활 치료를 돕는다. 그는 “장애가 있는 부분의 기능만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전인재활이다”라고 말했다. 이미경 전문의는 직업재활사, 특수교사,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전인재활 팀을 전체적으로 가이드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국내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연수를 다녀와 발달장애 아동의 진단시점부터 예후 개선을 위해 치료적 개입을 하는 ‘영유아 조기개입’ 모델을 선보였고 자폐아동의 감각장애 개선을 위한 감각통합치료를 도입, 뇌성마비 조기 진단법인 ‘보이타 조기진단법’을 확대·보급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장애인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 

이미경 전문의는 복지관을 찾는 장애인 및 보호자들과 단지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 친구처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저를 찾는 장애인과 보호자들에게 평소 궁금한 점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 전화하라는 의미에서 항상 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다. 또한 집에서 꼼짝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서 직접 가정방문을 하는데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3년간 많은 장애인을 만나고 친밀한 관계를 쌓아왔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이 있다. 이미경 전문의는 “만 3세 정도의 뇌성마비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먼 거리에서 엄마가 아이를 업고 매일 열심히 치료하러 왔다. 그 아이가 지금은 성인이 되어 자신처럼 뇌성마비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소통기기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반면에 재활 치료 기관 및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아쉬워했다. “장애는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치료를 받아야 할 장애인은 많은데 치료 기관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병원에 대기 환자가 많고 우리 복지관만 해도 대기 예약 이후 평균 2~3년 정도 지나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경 전문의는 2018년 정년퇴임 후 현재 촉탁 의사로 복지관에서 여전히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전보다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장애아를 위한 기관에서 봉사하고 싶다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서 누구보다 장애인을 위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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