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불편 없이 다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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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불편 없이 다니고 싶어요” 
특집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을 위해 지하철 환승 정보 영상 제작한 장애인 유튜버 함정균 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4.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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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함박TV’ 운영자 함정균 씨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장애와 일상을 공개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장애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창하고 있는 함정균 씨를 만나보았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험난한 지하철 환승

“이 역에서 환승할 때는 엘리베이터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환승 방향으로 끝까지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지하 3층에서 내려야 환승하실 수 있어요. 꼭 잊지 마세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인 지하철. 하지만 휠체어를 탄 함정균(48, 지체3급) 씨의 시선에서 보면 지하철 환승은 산 넘고 물 건너가듯 험난한 여정이다. 지난주 기자는 서울 미아동의 한 카페에서 유튜브 채널 ‘함박TV'의 운영자 함정균 씨를 만났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역을 환승할 때 엘리베이터나 리프트로 갈아타는 경로와 휠체어가 다니는 경사로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함정균 씨는 한때 잘나가던 마술사였지만 2013년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사고로 목뼈를 다쳐 사지마비가 왔다. 사소한 움직임조차 못하게 되니 답답하고 화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후 재활치료로 현재 팔과 손은 약간의 움직임이 가능하지만 하반신은 쓸 수 없어 전동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그는 “한번은 처음으로 휠체어를 이용해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그런데 환승 시 휠체어로 이동하는 길을 몰라 30~40분간 헤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2016년부터 지하철 환승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좌)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지하철 환승 영상, 여행 콘텐츠 등을 제작한다. (우)전동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기차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영상보고 감사하다는 댓글에 보람 느껴”

함정균 씨는 2년 6개월 동안 수도권 전역 21개 노선에서 100곳 가까운 환승역을 돌며 환승 영상을 찍었다. 각 영상에는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휠체어로 환승하는 과정과 시간, 위치, 주의사항 등을 자막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두 팔과 손가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그에게 이 과정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함 씨는 “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등의 기본적인 조작부터 너무 힘들었다. 비록 짧은 영상이지만 그것을 편집하고 자막을 넣는 작업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영상을 위해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휠체어에 360도 카메라를 부착했고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에서 시행하는 교육에도 꾸준히 참여해 영상 편집을 배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상은 조회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동이 어려운 교통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유용한 정보가 되었다. 그는 “예전에 어느 지하철역에서 저를 알아본 한 어머니가 자신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데 유튜브를 보고 지하철 환승할 때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또 저처럼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탈 엄두를 못 냈는데 영상을 보고 용기를 냈다는 댓글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개선되어야

최근 장애인 외에도 고령화 등으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증가하는 추세다(2017년 기준). 장애인 이동에 대한 편의시설이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크다. 함정균 씨 또한 지하철역을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장애인 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 간 높이와 간격이 차이가 나서 열차에서 내릴 때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고 앞바퀴가 걸려 승객들이 도와준 적도 있었다”며 위험한 순간을 회상했다.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가게나 식당을 방문할 때도 계단이 높거나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가 오르지 못하는 곳이 많다. 또한 “처음 휠체어를 타고 시내에 나갔을 때 갈 수 있는 식당을 찾지 못한 데다 편의점도 턱이 높아 문 앞에서 점원에게 카드를 주면서 아무거나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편 그는 요즘 SNS나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이 비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예전보다 좋아지긴 해도 아직 길을 다니다 보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체장애뿐 아니라 시각·청각장애인 등이 자주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융화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휠체어를 이용해 버스를 타거나 여행지를 다니는 영상을 계속해서 제공할 계획이라며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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