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물원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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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물원도 변해야 산다
줌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민간 동물원 재정난 심각… 사회적 관심 절실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4.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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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을 관람하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 2.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어린이 모습 
3. 완연한 봄 날씨 속에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동물원의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공기(公器)인 동물원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았다.

1909년 국내 첫 동물원 개원, 현재 110곳 운영 중 

기자는 지난 주말 대전의 한 동물원을 찾아갔다. 완연한 봄 날씨 덕분인지 동물원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동물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발길이 끊겼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관람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모처럼 나선 봄나들이에 들뜬 표정이었다. 충남 공주에서 온 김지호(40) 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을 기피하다가 오랜만에 가족들과 나왔다. 동물을 관찰하고 교감하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설민주(36) 씨는 “요즘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들이 모든 것을 동영상으로 접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동물원에 와서 직접 살아있는 동물을 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현재 국내에는 약 110개의 동물원(공영 20곳/민간 90곳)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동물원은 1909년 서울 창경궁 내에 설립된 ‘창경동물원’이다. 1983년 창경궁 복원공사가 진행되면서 다음 해인 1984년 창경동물원은 경기도 과천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재개원했고, 개장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09년 ‘서울동물원’으로 이름을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 동물원 현황 (2019.12. 기준) 출처: 환경부

코로나19 영향으로 민간 동물원 폐업 위기
 
최근 동물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지만 국내 동물원의 속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 동물원은 충격이 덜하지만, 민간 동물원의 경우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지난 2월 대구 달서구의 한 동물원이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동물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논란이 됐다. 이후 동물원의 미흡한 관리에 대한 지적과 함께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른 지역 민간 동물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 관계자는 “관람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 영업이 어려워져 사육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벅차다. 예를 들어 호랑이 한 마리가 하루 평균 닭 12마리 정도를 먹는데, 요즘은 5~6마리밖에 못 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현실은 정말 어렵지만 동물과 동물원을 아껴주는 시민들이 먹이를 기부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신남식(68)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회에서 동물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한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심신의 피로를 풀며 재충전하는 휴식공간의 역할 ▲동물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는 교육의 역할 ▲동물의 생태·진화·유전·영양·질병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역할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증식시키는 종 보전의 역할 등이다. 

전시・관람 아닌 보전・교육 위주 운영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한 만큼 이에 맞춰 동물원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는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전시동물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는 동물원을 생물 다양성 보전 및 연구, 교육의 목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육장 안에 가두어 전시하고 이를 관람하는 전근대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동물원을 전시・관람 위주 시설에서 보전・교육 기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례로 전문가들은 동물원 내 동물 서식지를 시멘트와 철장으로 만든 공간이 아닌, 외국의 동물원처럼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와 유사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 동물원 운영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여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인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이 받는 대우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민들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을 간절히 보고 싶어할 것이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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