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株式) 중독, 도박만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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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株式) 중독, 도박만큼 위험하다
줌인 코로나19 이후 국내에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제 주식은 전 국민의관심사로...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4.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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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국내에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제 주식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하다가 일상생활에 문제를 느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등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주식 거래 못하면 초조하고 불안해요”

# 직장인 김명진(가명, 37) 씨는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주식시세를 확인한다. “작년에 주식을 시작했는데 초반에 10%, 20% 수익을 보면서 주식 시장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엔 소액으로 거래하다가 점점 월급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러다 어느 순간 원금을 손해 보면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주식에 매달리게 되었다. 근무 중에도 스마트폰만 보게 되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는 불안함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투자 열풍으로 이제는 사람들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주식 이야기가 주제가 될 정도로 주식투자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처음으로 4000만개를 넘어섰다. 작년 3월 3000만개를 넘어선 후 약 1년 만에 1000만개가 증가한 것이다. 주식투자는 취미로 하는 이들에겐 삶의 활력을 돋우기도 하고, 재테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은퇴 후 안정적 노후대비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투자금을 장만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빚더미에 올라 본인뿐 아니라 가정 파탄까지 이어지는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 또한 앞서 김 씨처럼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주식 중독 상담이 늘어나고 있어 이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좌)사진/ KNN 뉴스 캡처 (우)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에서 주식 중독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출처: 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 홈페이지)

주식 중독, 약물·도박과 유사한 증상 나타내

지난주 기자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통해 주식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중독 관련 상담건수는 5523건으로 전년 대비 5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상담 인원은 223% 급증할 정도로 주식에 빠지는 청년세대의 비율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 환경이 위축되고 취업 시장마저 좁아지다 보니 어떻게든 새로운 수익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청년이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또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마저 폭등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투자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한 청년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홍식(70) 원장은 “작년부터 주식 관련 문제로 상담 받는 분이 급증했다. 지난 1, 2월 동안만 해도 460명이 주식 문제로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주식도 과몰입 하면 도박 중독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원장은 “사람이 예상외의 큰돈을 얻었을 때 뇌 속에서는 쾌락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다량 분비된다. 이는 마약을 투약했을 때 나오는 양에 버금갈 정도이다. 이렇게 뇌에 강력한 자극이 가해지면 주식투자를 갈망하게 되고 과하게 몰입하면서 도박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극만 쫓아 뇌 변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욕구 조절이나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겪는 등 뇌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좌)이홍식 원장 (우)주식 관련 상담 건수

채무·거짓말 등 중독의 위험 증상 확인 필요

주식은 투자자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는 것이 도박 중독에 비해 좀 더 어려운 편이다. 많은 이들이 주식은 합법적인 투자라는 생각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홍식 원장은 “상담자 중 상당수는 주변인의 권유로 센터를 찾아오며 본인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 주식으로 수십억원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정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왜 주변에서 이를 도박이나 중독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래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서 자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주식을 하고 있다면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원장은 “주식으로 본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주위에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이전에 주식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지 않고 추격매수(가격이 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사들이는 것)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면 주식 과몰입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주식 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심리상담이나 재정·법률 상담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식 자체는 도박이 아니다. 다만 주식을 도박처럼 하면 문제가 된다.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본인이 계획을 세워 조절할 수 있는 정도로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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