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죄가 되는 사람들... ‘장발장은행’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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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죄가 되는 사람들... ‘장발장은행’이 있소!
포커스 벌금형 확정 후 낼 돈 없어 교도소 가야 하는 시민들에게 무이자:무담보 대출 제공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3.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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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웃돌 정도로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그런 우리 사회에도 ‘가난’이라는 현실에 내몰린 ‘장발장’이 존재한다. 이에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벌금 못 내 교도소로 향하는 수감자, 연간 4만여명

평소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K씨는 지인에게 돈 100만원을 빌렸다. 한 달 안에 갚겠노라고 약속했지만 K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고 기일 내에 돈을 갚지 못했다. 결국 그 지인은 K씨를 고소했으며 이로써 K씨는 교도소에 수감될 상황에 놓였다. 현행법상 벌금형이 확정된 후 한 달 안에 벌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교도소에서 노역을 통해 벌금을 탕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된 장발장은행은 이런 시민들을 위한 은행이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금형을 받았으나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며 이런 사람들이 연간 4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가난이 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설립된 장발장은행은 “▲돈 없는 은행▲이자 놀이를 하지 않은 은행 ▲오직 장발장들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세화(73) 장발장은행장은 “과거 재소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할 당시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금형 관련 법안을 바꾸려 했다. 그러나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려 벌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을 먼저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누구에게든지 신용조회나 담보 없이 대출해 주며 최대 300만원까지, 6개월 거치 후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신청자 중 가정형편과 연령 고려해 대출 시행

많은 시민들과 단체 및 기관의 후원으로 현재까지 이 은행의 총 대출 건수는 900여건(대출 금액 약 16억원)이며 상환자도 500명(상환금액 약 4억)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대출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신청자의 20%에게만 대출이 가능하여 죄질이 나쁜 범죄자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며 주로 단순폭행, 단순절도, 소액 사기를 저지른 대상자, 그 중에서도 가정형편과 나이를 고려해 선정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의 활동이 이어지면서 벌금형제도에도 변화가 왔다. 벌금형에도 집행유예제가 신설되어 연납제와 분납제가 가능해졌다. 홍 은행장은 “궁극적으로 現 총액벌금제도(개인의 경제사정과 관계없이 동일한 죄에 대해 같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가 일수벌금제도(해당 범죄에 소득을 산정하여 벌금을 부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세화 은행장은 “얼마 전 자동차책임보험 미가입으로 벌금형을 받은 한 여성이 혼자 세 아이를 키우면서 치킨 한 번을 못사줬다고 했다. 그래서 대출승인과 함께 치킨 쿠폰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가난으로 인한 결핍에다 사회적 관계망도 열악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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