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에 대한 인식변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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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곤충에 대한 인식변화 필요합니다”
[인터뷰] 식용곤충의 인식변화 위해 진력해 온 한국곤충요리연구소 송혜영 박사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2.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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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소애청국장환 2. 고소애연근밥전 3. 귀뚜라미단호박튀김 

최근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음식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식량으로 지목한 ‘곤충’이 새로운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굼벵이 튀겨서 먹어본 결과 대만족”

지난 1월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서 방송인 조영구 씨가 출연해 장모에게 했던 고백이 화제가 됐다. 조영구 씨는 13년 동안 장모가 요리해 준 곤충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먹기 힘들었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방송이 장모와 사위 간의 훈훈한 애정과 사랑을 드러낸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이를 통해 국내 1호 곤충요리연구가 송혜영 박사와 곤충요리가 재조명됐다.
밀웜쿠키, 귀뚜라미에너지바, 곤충샐러드…. 단어조차 생소하고 어색한 이 메뉴들은 현재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곤충식이다. 식약처가 인정한 국내 식용곤충은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갈색거저리유충 등 9종이며 이들은 독성·안전성 검사를 거쳐 가공·유통되고 있다. 
이런 결과물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 온 한국곤충요리연구소 송혜영 박사를 최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사)아시아태평양생태환경연합에서 만났다. 어릴 때부터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곤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했다. “매일 보는 것이 곤충이었다. 다양한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곤충들을 항상 접하며 익숙해져서 그런지 혐오감이 없었다. 하루는 배가 고팠었는지 그날따라 통통한 굼벵이들을 보고 요리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 박사는 곤충들의 사육과정을 알기 때문에 독성에 대한 걱정은 없었으며 튀겨서 먹어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날 맛본 굼벵이의 식감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음식과도 다른 새로운 맛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출연 후 곤충식문화 확산, 곤충업 증가 추세 

송혜영 박사는 그 일을 계기로 이런저런 곤충요리 도전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3년 FAO가 미래식량으로 ‘곤충’을 지정했고, 한국 정부가 세계 흐름에 합류하며 코엑스 식품대전에서 곤충요리부스를 마련했다. 
송 박사는 “코엑스 식품대전 곤충요리부스를 맡아 많은 시민 앞에 곤충요리를 처음 선보였다. 각 방송사에서 우르르 몰려와서 촬영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곤충요리 자체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MBC ‘컬투의 베란다 쇼’에서 가장 먼저 출연 요청이 들어왔고 방송에서 10개 곤충요리를 시연했는데 패널들이 그 요리를 보며 경악했지만 맛에 대해서는 모두들 좋게 평가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이후 곳곳에서 곤충 요리문화가 생겨났고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곤충을 콘텐츠로 한 여러 가지 사업이 생겼다. 2018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곤충업 신고지(생산·가공·유통)는 2318개로 2017년 대비 8.5% 증가하는 추세이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지도하에 많은 시민들이 곤충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혐오감 해소 및 곤충식문화 확산 필요

식재료로서의 곤충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송혜영 박사는 곤충의 가치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영양적 가치이다. 곤충은 소고기에 비해 약 2~3배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을 정도로 고단백질원이며 가축 단백질원에는 없는 섬유질과 무기질, 비타민까지 다량 함유하고 있다. ▲둘째, 경제적 측면이다. 곤충은 가축에 비해 작은 공간에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셋째, 친환경적인 종으로 가축보다 탄소 배출량이 1/10 정도로 낮아 환경오염이 적고,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이 낮다. 
그러나 이런 유의미한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약처가 허가한 곤충 종류는 매우 적다. 그는 “우리나라는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변화가 더딘 편이다. 주로 혐오감이 원인이 되어 최근에는 곤충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분말, 오일 등으로 만든 여러 가지 식품이 등장하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활용 가능한 식용곤충이 2300여종인데 그 중 60여종은 통조림, 과자, 사탕 등으로 가공해 미국과 프랑스에 수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곤충의 단백질을 추출해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식용곤충 요리 연구와 곤충식의 인식변화를 위해 오랜 세월 연구한 송혜영 박사의 가장 큰 바람은 역시 곤충식에 대한 인식변화였다. 그는 “식용곤충에 대한 혐오감 외에도 음식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므로 대중매체나 유소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곤충을 많이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앞으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 식탁에도 곤충요리가 오르게 되지 않을까?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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