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기는 백신은 바로 ‘사랑과 배려’
상태바
코로나를 이기는 백신은 바로 ‘사랑과 배려’
[인터뷰] 등단 이후 줄곧 섬세하고 서정적인 시로 현대인을 위로해 온 나태주 시인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2.05 10: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그늘이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싸움에 지쳐가는 우리를 위로해줄 콘텐츠 중 하나를 꼽자면 시(詩)가 아닐까. 이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76) 씨를 만나보았다.

시와 함께 50년을 동행할 수 있었던 이유

시(詩)는 현대사회와 궁합이 잘 맞는 문학이다. 짧은 글이라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된 ‘SNS’ 공유도 편하다. 그리고 짧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함축된 시의 감성은 우리를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매년 서점가에서 꾸준히 팔리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시집이다. 시의 주제는 시인의 수만큼 다양하다. 나태주(현 한국시인협회 회장) 작가는 사랑, 행복, 감사처럼 우리가 인간임을 자각하게 하는 주제로 시를 쓴다. 
1971년「대숲 아래서」라는 시로 등단한 그는 특유의 간결하고 서정적인 시어로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풀꽃」(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은 윤동주의「서시」, 김소월의「진달래꽃」과 함께 우리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어떻게 시를 만나게 되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제가 처음 시(詩)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는데,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다가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시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평생 시와 함께 살도록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우연한 만남인데, 참 감사한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좌) 서울시 문화로 토닥토닥 프로젝트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나태주 시인 (우) 1월에 출간된 새 시집

행복은 결국 감사(感謝)에서 시작된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희망, 행복, 사랑 등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들이 많다. 왜 우리에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인의 눈에는 또렷이 보이는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작은 것을 사랑하고 주변에 있는 흔한 것들을 사랑하고 오래된 것, 비싸지 않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좋은 것, 비싼 것, 새로운 것, 큰 것만 찾아다니면 기쁨이나 보람, 행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인은 감사를 말했다. “제가 아는 행복의 법칙은 행복이란 ‘감사→만족→기쁨→행복’ 순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감사가 없는 곳에 만족이 없고, 만족이 없는 곳에 기쁨이 없어요. 기쁨이 없으면 행복도 멀어집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평소 유명한 시가 아니라 유용한 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나태주 시인은 “지금 우리 사회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에 목말라 있습니다. 시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실용적인 글입니다. 사람들은 힘들고 고달프다고 외치는데, 시인들이 그저 까다로운 비밀 언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독자들을 위한 감정의 서비스맨’입니다. 서비스를 해야 하니까 나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시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가치를 갖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생존의 시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

나태주 시인은 지난달 새로운 시집「사랑만이 남는다」(232p, 마음서재刊, 사진)를 출간했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그가 사랑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랑은 시의 영원한 주제입니다. 그동안 제가 쓴 시중 사랑에 관한 것들만을 모은 일종의 선시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힘들게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길 소망하며 또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해 마음이 미어진다는 이들이 많다. 기자의 마지막 질문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은 생활보다는 생존이 우선인 시대 같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올 평화로운 일상을 믿고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살피면서 다 함께 이 어려운 시대의 강물을 건넜으면 좋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얼마 전 어느 기업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마스크 안쪽은 나를 위한 배려, 바깥쪽은 너를 위한 배려’라는 짧은 시(?)를 말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눈을 피하기 바빴는데 마스크를 쓴 이후 서로의 눈을 자세히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듣고 보니 마스크는 지긋지긋한 물건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지켜준 고마운 물건이었다. 나태주 시인. 그를 만나고 나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갈 용기가 조금은 더 생기는 것 같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선희 2021-02-06 19:41:17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기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