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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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자구요”
[인터뷰]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지금은 ‘지휘 퍼포머’로 활동 중인 김현철 씨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1.3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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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김현철 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삶의 변화는 필연이 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이에 개그맨에서 ‘지휘 퍼포머’로 변신해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는 개그맨 김현철(51) 씨에게 도전하는 삶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클래식과 개그 조합한 색다른 장르 선보여 인기

요즘 김현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복면가왕에 출연하는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을 떠올린다. 그런데 ‘클래식하는 개그맨’이라는 수식어를 들려주면 그제야 “아~ 그 사람! 참 재미있었는데”라는 대답이 나온다. 
얼마 전 기자는 클래식과 개그라는 기막힌 조합을 만들어낸 개그맨 김현철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이 시점에 그를 만난 건 개그맨에서 ‘지휘 퍼포머’로 변신한 그의 경험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설명하자 김현철 씨는 한창 방송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와 변함없는 유쾌한 음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현철 씨는 1996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볐다. 특히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과 과장된 액션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를 TV에서 만나기 어려워졌다. 이유를 묻자 김현철 씨는 “일부러 방송을 안 한 것은 아니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시작한 이후 자연스럽게 방송이 줄었어요”라고 설명하며 “데뷔 전부터 워낙 클래식을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개그에 조금씩 클래식을 접목하다가 기회가 생겨 지휘까지 도전하게 됐죠. 하지만 지금도 저는 즐거워하는 관객을 볼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뼛속까지 개그맨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출처/ TV조선 뉴스쇼 판

매년 전국 누비며 유쾌한 클래식 콘서트 진행  

처음 그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음악을 소재로 한 개그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열정이 진심임을 알게 되면서 하나둘씩 그의 공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현철 씨는 “2019년 전국을 누비며 22회의 클래식 콘서트를 열었어요. 어렵고 낯설었던 클래식이 재미있고 친근해졌다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클래식이 정서에 좋다는 것은 다 알지만, 사실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곡에 제가 가장 잘하는 퍼포먼스를 더했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또 “클래식이 지루한 이유는 곡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공연 때마다 곡의 주제와 역사를 재미있게 들려줍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현철 씨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객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스스로를 지휘자가 아닌 ‘지휘 퍼포머’라고 부른다. 그 이유에 대해 “음악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제가 스스로를 지휘자라고 부르면 정규교육을 받고 차근차근 음악을 배운 분들에게 큰 실례인 것 같아서 그런 호칭을 쓰기 시작했어요. 저는 사실 지금도 지휘자용 악보(스코어)를 볼 줄 몰라요. 연주하는 곡 대부분을 외워서 지휘합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운명 2악장’ 들려주고파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소통이다. 관객은 물론 연주자와도 호흡을 같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의 소통 노하우를 묻자 “늘 신입이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클래식이 좋아서 자주 듣고 혼자 공부한 사람이지, 음악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지식이 생기고, 경험이 쌓여도 늘 신입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답변했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종영하면서 개그맨들이 설자리가 좁아졌다. 또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궁지에 몰린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원래 시대는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을 한탄하고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변화에 편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그맨으로서는 벌써 은퇴해야 할 나이에요. 그런데 클래식 덕분에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잖아요”라며 감사해했다.
그는 새해에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클래식으로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2악장을 들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곡은 베토벤이 청력을 거의 잃었을 때 만들었어요. 그래서 베토벤의 고통과 어려움이 느껴져요. 그런데 그에 못지않은 희망도 느껴집니다. 가장 절망적인 시기에 희망을 표현한 곡이라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움직이지 않으면 손해는 안보지만 얻는 것도 없어요. 부담을 떨치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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