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 열어준 칠곡 할머니들의 ‘한글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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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열어준 칠곡 할머니들의 ‘한글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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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1.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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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순 할머니

한글공부 모습 그린 영화 ‘칠곡가시나들’ 개봉

우리나라에는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전쟁 이후의 어려운 환경으로 교육의 기회를 놓친 수많은 어르신이 있다.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문해학교는 배움에 대한 갈망을 풀어주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칠곡가시나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많은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김재환 감독은 처음 한글을 배우는 설렘과 재미있게 나이 듦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이 모여서 서툰 한글 쓰기 연습을 하고, 받아쓰기하다가 커닝을 하는 영화 속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최근에는 문해교실 다섯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폰트로 제작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칠곡교육문화회관 평생교육 담당자 이정홍(47) 씨는 “가난으로 보통교육을 받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문해교실을 통해 교육의 수혜자에 그치지 않고 공급자로 거듭나 영화 제작, 시집 출판, 폰트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칠곡 할머니들의 글씨체 폰트 (사진제공: 칠곡군)

‘이름 석 자’ 쓰기부터 시작, 시집까지 출간

칠곡 할머니들에게 성인문해교실은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농협에 가서 돈을 찾으려 이름을 쓰는 일, 집배원에게 우편물을 전달받고 서명하는 일 등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작점이 되었다. 새로운 삶의 첫 도전은 할머니들의 시집이었다. 2015년 시집 <시가 뭐고?>를 시작으로 2016년 두 번째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2018년 세 번째 시집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를 선보였다. 
은유나 운율을 배운 적 없는 어르신들이 마음속에서 끄집어낸 소박한 시어는 ‘삶의 결이 그대로 기록된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칠곡가시나들’의 주인공인 이원순(84)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글씨를 참하게 잘 씁니다. 어무이요’ 하면서 울어 나도 같이 울었다”며 배움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한편 이정홍 씨는 “최근 코로나로 25개소에서 열리던 성인문해교실이 문을 닫아 할머니들이 글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하고 계신다”며 “다시 어르신들과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대구/ 임윤희 기자 daegu@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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