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고 가치 없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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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고 가치 없는 꽃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1.01.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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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식물공예를 하면서 꽃과 풀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사하고 예쁜 꽃도 있지만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풀꽃도 많다. 밭둑이나 논둑에서 자라는 쇠뜨기가 농부에게는 뽑아내야 하는 잡초인 것처럼 꺾인 나무나 시들어 가는 꽃은 가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식물공예가의 손에 잡히면 쇠뜨기는 멋진 바구니로, 풀꽃은 풍경으로, 꽃잎은 하늘이나 화병을 만드는 좋은 재료로 거듭난다. 
목수국 중 바닐라프레이즈는 초여름 작고 연한 녹색으로 피다가 여름 내내 하얀색으로 만발하고 가을이면 꽃잎이 두툼해지며 붉은색이 된다. 한 나무인데도 계절마다 전혀 다른 색으로 변하여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서 많은 식물공예가에게 사랑받는 꽃이다.  
 우리도 인생에서 주연일 때가 있지만 때로는 조연이나 엑스트라일 때도 있다. 하지만 연약하거나 부족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예쁜 꽃만 좋은 재료가 아니라 쓸모없고 가치 없어 보여도 적절한 곳에 쓰일 때 귀한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밟히고 버려지는 식물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쓰이는 곳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약하고 부족한 것들이 도리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일상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오선덕 명인/ 국제식물공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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