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나무 茶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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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나무 茶로 다시 태어나다
줌인 최고급 소나무 황장목에서 우려낸 소나무차, 향후 국산차문화로 확산 기대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2.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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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목 소나무에서 소나무차를 제조하는 과정

현재 국내 차(茶)시장은 수입산이 잠식한 상태다. 커피를 비롯한 허브, 녹차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차의 원료가 대부분 수입산인 현실 속에 국내산 소나무로 차를 만든 (주)대산의 최훈석(35) 대표를 만나보았다. 

국내 차(茶) 시장, 수입차가 독식한 상황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식사 후 별다른 디저트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던 우리나라. 그러나 이제는 웬만한 거리마다, 골목마다 커피전문점이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밥 한 끼 비용에 버금가는 커피를 즐기는 나라가 됐다. 
지난 11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커피 수입량은 9만 33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 5749.8t)보다 5.37%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전통차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이렇다 할 만하게 딱 떠오르는 국산차 이름 하나가 없다. 그야말로 국내 차 시장 안방을 수입차들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산 소나무를 활용한 소나무차가 개발됐다. 소나무차를 개발한 (주)대산 최훈석 대표는 3년 전부터 강릉에서 소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소나무 심재(몸통)를 활용한 다양한 식재료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주 기자는 업무 출장차 서울에 온 최훈석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제재소의 목수들이 고택을 이루는 소나무를 대패로 얇게 썰어 차를 마시는 것을 처음 보게 됐다. 수백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최고급 차였다. 이후 한국인의 삶 속에 녹아든 소나무의 역사와 상징적 가치를 연구하다 보니 소나무 관련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아내인 (주)대산 김남희(34) 이사(식품공학박사)는 “국내 차 시장에는 해외 원료로 만든 차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녹차 또는 한방차 원료들인데, 그 외 나머지는 다 해외 원료들로 만든 차의 맛을 티(Tea)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차에 대해 설명하는 김남희(좌) 이사와 최훈석(우) 대표

소나무차 만드는 데 무려 10년 이상 소요

최 대표가 만든 소나무차의 원료는 소나무 중에서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황장목(黃腸木)’이다. 황장목은 누를 ‘황’자에 창자 ‘장’자를 써 누런 창자나무를 뜻하며 이를 가르면 ‘호박(琥珀)’이 꽉 차 그렇게 불린다. 흔히 ‘금강소나무’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만든 명칭이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불렸던 이름은 황장목이다. 
최 대표는 “차로 만드는 황장목은 수령이 최소 150년 이상, 직경 50㎝가 넘는다. 옛날 사대부들이 관을 짜거나 궁궐을 짓는 나무여서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국가가 관리하는 나무였다”고 말했다. 최대표는 그래서 차 이름도 ‘The Royal Tea’로 지었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황장목에서 소나무차를 만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실상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벌목 허가를 받은 소나무 중 수령이 150년 이상 된 것을 선별하고, 벌목된 지 15~20년 된 나무를 골라 5년 이상 건조한 소나무의 심재만을 원료로 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소나무차는 1년에 1500박스만 제한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자체 온라인몰 ‘송림도향’에서 ‘황장목 심재 침출차’로 판매하고 있다. 

황장목에 심재를 원료로 한 황장목 심재 침출차와 소금

소나무의 브랜드화 추진 및 세계화 절실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무 몸통 부분을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캐나다의 단풍나무, 핀란드의 자작나무, 일본의 편백나무 등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나무로 브랜드화 되어 있지만 한국은 소나무의 가치를 아직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대산은 같은 방식으로 ‘황장목 심재 소금’도 탄생시켰다. 최 대표는 “최근 소나무 심재에서 ‘피노실빈(pinosylvin)’이라는 물질이 검출되어 신경회복, 항암, 항바이러스, 항염증 등 간 기능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바이오분야뿐 아니라 액상차, 블렌딩, 술 등 다양한 식문화에 심재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소나무가 세계적인 입지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국산차의 소비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차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국산차의 고부가가치화와 소비저변 확충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국산차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국산차 농가의 현실은 가격 경쟁력 등에서 여전히 어렵다. 김남희 이사는 “차 농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지역민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며 앞으로 국산차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정연 차장대우 jyko@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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