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던진 새로운 화두 비혼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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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던진 새로운 화두 비혼 출산
핫이슈 비혼 출산에 긍정과 부정의 시선 공존 생명윤리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0.12.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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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 씨가 비혼 출산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졌다. 아직은 너무나 낯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국내외의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았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자발적 비혼모 돼 화제

최근 한 여성의 출산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그녀가 결혼한 것도, 사귀던 이성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후지타 사유리 씨는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고, 지난 11월 
4일 아들을 출산했다. 이른바 자발적 비혼모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인이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방송인 허수경(53) 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에 성공해 큰 화제가 됐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40세 때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는데,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곧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된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당장 결혼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게 됐다”라고 자발적 비혼모가 된 이유와 그 배경을 설명했다.
사유리 씨의 출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좋은 엄마가 되길 바란다’, ‘멋진 선택을 했다’ 등 응원의 메시지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출산 못지않게 양육도 중요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성장 이후 ‘아빠는 누구인가’ 등 자녀의 정체성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자발적 비혼모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좌) 출산 이후 사유리 씨가 개인 SNS에 공유한 사진(우)

비혼 출산 관련 국내법과 제도 정비해야 할 때

자발적 비혼모는 국내에서는 매우 낯선 단어다. 하지만 시야를 세계로 돌려보면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OECD 국가의 평균 혼외출산율이 40%에 달하고,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공공정자은행이 존재한다. 또 미국·일본·호주·덴마크 등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인공수정을 통한 비혼 출산이 가능하다. 박남철(64)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덴마크의 경우 비배우자 인공수정의 50%가 비혼 여성이며,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의 비율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와는 달리 아직 국내에서 인공수정을 통한 비혼 출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꼭 불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24조에 ‘난자나 정자를 채취할 때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 관련 법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규정에서 정자 기증은 부부(사실혼 관계 포함)로 남성이 불임이거나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 국내의 경우 인공수정을 통한 비혼 출산에 관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복실(59)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비혼 출산 가정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포용해야 출산율도 높이고 인권 존중 사회가 될 수 있다. 가족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정책으로 풀어나갈지 우리 사회의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OECD 주요국가 비혼 출산 비율

비혼 출산의 부작용 등 깊이 고려해야

한편, 다양한 형태의 비혼 출산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우리 사회의 생명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등 비혼 출산이 가능한 국가의 선례를 보면 여성들이 ‘특별한 정자(A few good sperm)’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자가 미국의 한 정자은행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정자 기증자의 인종, 키, 체중, 직업, 교육수준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 국내외에서 특정 직군이나 학벌, 신체 조건을 가진 남성들의 정자를 거래하는 불법정자 거래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생명 잉태의 과정이 아님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오른 비혼 출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현호(63)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은 “정자 기증 임신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호해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비혼 출산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토론 및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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